▣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열 받아서 뒷골 ‘땅기는’ 나날이었다. 날씨 탓이 아니다. 기막혀서 혈압이 올랐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와 가족들)의 처지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기막혀서 뒷골이 땅겼다. 그분들이 전해준 복음을 전하러 머나먼 나라로 갔다가 피랍돼 목숨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는데, 그토록 은혜해온 나라는 뒷짐만 지고서 은혜를 베풀지 않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비롯한 보수 개신교계가 일편단심 은혜해온 나라가 어디던가. 미국이 아니던가. 작금의 사태는 그토록 은혜해온 분들에게 냉정하게 외면당하는 상황이 아닌가. 피랍 기간이 길어지면서 깨달은 현실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감자와 인질의 교환을 고집하는 탈레반의 막가파식 주장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의 열쇠는 청와대도, 아프간 정부도 아니고 미국이 쥐었다. 아프간 정부도 탈레반이 교환을 원하는 수감자들이 “미군 수중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은혜의 나라가 원망의 나라로 바뀌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메리카를 은혜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소서. 나, 은혜할래~ 에이멘!
근본 없는 놈이 좋다. 원리·원칙 없는 사람은 더 좋다. 극단적이지 않은 분들은 정말로 훌륭하다. 근본이 확실한 분들은 어찌나 자신의 근본이 자랑스러우신지 자꾸만 남들에게 근본이 없다고 돌을 던지고, 근본이 다른 놈들과의 타협은 없다고 말한다. 이슬람 근본주의인지, 원리주의인지, 극단주의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탈레반은 적들과의 타협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기독교 근본주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미쿡’의 부시 정부도 테러리스트와의 타협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기독교의 이름으로, 5대양 6대주에서 원리주의가 판치는 극단의 시대가 무섭다. 역시나 뭐든지 중간만 가라는 선현의 말씀이 옳았다. 작금의 사태로, 타협과 협상이라는 말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근본 따위야 버리고 세속에 더욱 열심히 물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탈레반과 부시는 어제의 운동권에서 오늘의 보수주의로 근본 없이 변신한 인사들, 떡고물이 떨어지면 원리·원칙 무시하는 일부 공무원들, 이분들의 정신을 배워얀다?!
열 받아서 뒷골 땅기는 분들이 또 있었다. 혈압 조절 방법을 터득해 스스로 공익근무 판정을 받고, 자신의 방법을 소정의 봉사료를 받고 전하다 처벌당한 분이 있었다. 그분의 방법은 어찌나 정확한지 방법을 전수한 12명 가운데 10명은 공익근무, 2명은 면제 판정을 받는 백전백승 승률을 올렸다. 그분의 ‘방법’은 너무도 간단해 전국의 어린이들이 따라할 위험이 있어서 비밀에 붙인다는 소식이다. 그분은 혈압 검사를 받다가 혈압 올리는 방법을 알았다는데, 설마 그분만 아시는 비밀은 아니었겠지. 징병제는 이토록 공평하다. 이런 방법을 펼치신 분들이 계시다는 소식에, 현역을 다녀온 분들이 뒤늦게 뒷골이 땅기고 혈압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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