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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안티카페 무혈 입성기

등록 2007-07-20 00:00 수정 2020-05-03 04:25

▣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hani.co.kr

무림의 새로운 고수가 나타났다.
킥갤러(디시인사이드의 ‘거침없이 하이킥’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누리꾼) ‘꺼츠’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월5일 디시인사드에 올라온 ‘킥갤러 꺼츠의 나혜미 안티카페 점령기’는 8만여 건의 조회를 기록하며 한 사이버 고수의 탄생을 알렸다. 포털에선 ‘꺼츠’ 검색어의 자동완성을 지원하고 있다. 그가 누리꾼들에게 칭송받는 이유는 한 연예인의 안티카페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접수’했기 때문이다.

탤런트 나혜미가 인기 시트콤 에 캐스팅돼 ‘윤호’(정일우)의 상대역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방송에 출연하기도 전인 6월21일 안티카페가 만들어졌다. 나혜미가 방송에 출연한 것은 6월26일이었다. 곧바로 회원 3700명이라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 안티카페는 연이어 나혜미에 대한 욕설과 비방으로 도배가 됐다.

처음 꺼츠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저학년들로 이루어진 안티카페에서 댓글을 통해 묵묵히 싸웠다. 하지만 안티카페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외치는 꺼츠는 외로웠다. 카페에서 3번이나 ‘강퇴’를 당했다. 자신의 의도가 관철되지 않자 꺼츠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꺼츠는 지난 1일 초등학교 5학년인 카페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내 “간접살인 선동죄, 명예훼손 등으로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에 이른다. 접수 과정은 ‘안티카페’의 명성에 비해 허무했다. 바로 그날 저녁 ‘초딩’ 운영자로부터 “운영권을 넘기겠다”는 쪽지가 온 것이다. 이렇게 순순히 운영권을 받게 된 꺼츠는 한순간에 나혜미 안티카페를 축구스타 호나우지뉴와 나혜미의 팬카페로 바꾸어버렸다. 가입자는 오히려 늘었다. 12일 현재 1만 명이 넘는다. 기존의 회원에다 꺼츠의 무용담에 감격한 누리꾼이 몰려든 때문이다.

하필 호나우지뉴인 이유에 대허 꺼츠는 “그때 가지고 있는 유일한 유명인의 사진이었다”고 답했다. 디시인사이드에 이 무혈 입성기가 힛겔에 오르자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존경한다” “조공을 바친다”는 헌화가가 줄을 이었고, “다음 공성전(성을 공략하는 전쟁)을 준비하자”며 전의를 불태우는 누리꾼들도 등장했다. 꺼츠는 와의 인터뷰를 통해 “3600여 명의 아이들이 매일 여고생 한 명을 아무 이유 없이 욕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잠이 안 왔다”며 “가수 유니씨 사망사건 때 안티팬 문화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꺼츠는 또 ‘한 건’을 했다. 회원 수가 1500여 명이던 가수 이현지의 안티카페를 연기자 송지효의 팬카페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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