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칼로스[kalos]명사.Calrose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벼 품종이자 한국의 쌀시장 개방을 상징하는 수입쌀. ‘캘리포니아’와 장미를 의미하는 단어 ‘로즈’(rose)를 합친 이름. 1848년 시작된 미국 서부 골드러시 시대에 중국계 이민자가 급속히 늘면서 캘리포니아 쌀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쌀은 길이에 따라 단립종, 중립종, 장립종으로 구분되는데, 칼로스 쌀이 속한 중립종과 한국산이 속한 단립종은 크게 구분되지 않고 ‘자포니카’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불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쌀 생산량의 90%가 중립종이다. 캘리포니아산 단립종 ‘아키타코마치’나 ‘고시히카리’처럼 일본풍 이름을 유지했다면 미국 내수시장에서 더 매력적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 2004년 미국, 중국, 타이를 포함한 9개국과 맺은 쌀 협상으로 인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일정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게 됐다.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따라 2006년 3월 말 부산항을 통해 1372t의 미국 쌀이 처음으로 공식 수입됐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밥맛이 없다”는 혹평을 받으며 반품 사태까지 빚어졌고 지난해 5월11일에서 6월1일 사이엔 한 톨도 팔리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는 왕따 칼로스 쌀의 소진 방안을 놓고 깊은 고민에 잠겨야 했다.
그러나 찬밥 된 칼로스가 다시 뜨끈해졌다. 올해 수입된 미국산 칼로스 쌀 1만414t 가운데 현재 3등급 4162t이 소진됐다. 지난 6월7일 공매를 시작한 지 3주 만에 모두 팔렸다. 평균 낙찰 가격도 20kg 한 포대에 2만4220원으로 지난해(1만9820원)보다 22.2% 올랐다. 1990년대 초반 불법 유통 시절이 남긴 ‘밥맛 좋은 명품쌀’이라는 칼로스의 추억도 1년 새 씻겨나가고 ‘싼값에 맛이 좋다’는 현재의 경쟁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발달된 취사도구가 밥맛을 보완한다. 한국 수출 1호 쌀 ‘철새도래지쌀’은 칼로스의 2배 값인데도 미국에서 ‘첫날’ 잘 팔려나갔다고 뉴스가 된다. 일면식 없기는 한국 농부나 미국 농부나 마찬가지지만 내 할아버지가 농사꾼이었다는 이유로 한국 농부를 응원하고, 가계부 때문에 칼로스 쌀을 사 먹는다. 소비자에게 국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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