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인터넷 스타] 그때 신고했더라면…

등록 2007-06-01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노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sano2@news.hani.co.kr

‘엽기적인’ 아동학대가 인터넷에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먼저 알려진 한 의붓엄마의 아동학대 ‘증언’은 며칠 뒤 이 사건이 ‘아동학대에 의한 사망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연을 먼저 접한 이들에게 섬뜩함을 안겨주었다.
지난 5월15일 싸이월드의 한 클럽에는 ‘오늘 아주 불쾌한 이야기’라는 제목 아래 글이 올라왔다. “여자친구 집 아래층에 사는 아이가 엄마에게 쫓겨나 집 앞에서 떨고 있기에 여친이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재웠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의 여자친구가 데려온 아이의 옷이 심하게 더러워 옷을 갈아입히려 셔츠를 벗겼더니 온몸에 상처와 멍 자국이 가득해 또 한 번 놀랐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글쓴이는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했지만, 여친은 그냥 지나쳤던 모양이다. 며칠 뒤 아이의 엄마가 여친 집으로 올라와 딸이 깨어나지 않는다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여친이 그 아이 집에 가보니 아이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여친이 당황해서 경찰에 전화를 하려는데 아주머니가 갑자기 아이를 끌어안고 울더래요. 결국 아주머니는 경찰로 넘어가고…. 아이의 어깨와 골반뼈가 으스러져 있고, 빈혈에 당뇨에 뇌까지 터졌대요. 중국에 출장 간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요. 그때 저, 여친, 이웃에서 작은 관심만 보였더라면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텐데…. 여친이 엄청 울었어요. 같이 잠까지 잤던 아이의 눈이 자꾸 생각난다고.”

이튿날 오전 ‘3살 난 딸이 의붓엄마에게 매를 맞다 침대에서 떨어져 숨졌다’는 뉴스가 지상파 방송을 통해 보도되었다. 매를 맞은 이유는 ‘말을 듣지 않고 칭얼댄다’는 거였다. 경찰은 아이의 몸에서 시퍼런 멍 자국이 발견돼 부검을 의뢰한 상황이다. 상해치사인지 살인 인지는 부검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에 묻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글을 본 클럽 회원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분노와 안타까움이 절반이고, 사연을 접하고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어른들의 무기력과 무능에 대한 회한이 나머지 반이다. “그때 ‘긴급출동SOS’에 신고를 했었어야….”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거짓말이었으면….” “아무것도 못했다는 후회와 쇼크로 여친도 힘들겠어요.” “여친이 증언을 할 순 없나요?” “아이 장례 때 저도 불러주세요” 등의 댓글이 꼬리를 물었다.

5월 ‘가정의 달’이 무색하다.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 가운데 부모에 의한 학대가 83%에 달했다. 게다가 전체 신고 건수도 전년보다 11%나 증가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