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첫승 복합명사
‘처음’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 ‘첫’에 이김을 헤아리는 단위의 이름 ‘승’을 붙인 복합명사. 따스한 봄바람과 뜨거운 여름볕이 섞인 이 계절, 운동장의 목마른 선수들이 첫승을 노린다. 5월2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6년차 중견 이정연은 사이베이스클래식에서 생애 첫승을 좇았지만 다시 준우승에 멈췄다. 다음날 22일, 프로야구 한화 투수 조성민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복귀한 이후 5년 만에 선발투수로 첫승을 거뒀다.
승리는 패배의 반대어이고 승자의 옆에는 패자가 존재하지만 ‘첫승’의 경쟁자는 자신이다. 자기 모멸감에 벼랑에 내몰리지만 입술을 깨물고 타자를 돌려세우기 위해 볼을 뿌린다. 한국 야구 투수사에서 그보다 뛰어난 자는 최동원과 선동렬밖에 없다고, 한국 미남 계보에서 그보다 뛰어난 자는 정우성과 장동건밖에 없다던 조성민은 고교 졸업 뒤 계약금 1억5천만엔에 일본 최고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하고 에이스로 활약했다. 패션 브랜드 게스 모델로 욘사마를 능가하는 신드롬을 불러왔다. 톱스타와 결혼했다. 돈, 명예, 승리는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승리는 짧았다. 부서졌다. 아내와의 이혼, 제과사업의 실패, 팔꿈치 부상. 야구를 포함한 모든 걸 잃었다. 승리는 끝났나? 그래도 그는 공이 던지고 싶었다. 2004년 6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5 신인선수 2차 지명에 용기를 내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무도 그를 받지 않았다. 한 해 뒤 연습생 신분으로 한화와 연봉 5천만원에 계약했다. 2군 생활과 재활훈련이 이어졌다. 첫승은 어려웠다. 2007년 봄날이 왔다. 나락을 맛본 자, 첫승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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