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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변호사님 인생도 참 까칠하다

등록 2007-01-0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변호사님들은 억울한 듯 가쁜 숨을 가누지 못했다. 이 모든 비극은 제대로 된 법률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등장한 ‘로마켓아시아’라는 불한당 때문이 아니던가! 로마켓은 의뢰인들 앞에서 ‘후까시’ 잡으며 점잔 빼던 우리 변호사님들이 그동안 수임한 사건 내역과 그 승패율을 인터넷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했다. 하루아침에 국민들 앞에서 일렬로 빤스 벗게 된 변호사님들 흥분을 참지 못하고 “로마켓이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섞어 똥폼 잡으려던 우리의 김 변호사님도 알고 보니 타율 2할5푼의 초라한 인생이셨고, 느끼한 목소리로 승리를 장담하던 이 변호사님은 선수 데뷔 이후 1승도 건지지 못한 찌질이가 아니었던가. 같은 편으로 착각했던 검찰은 며칠 전 “그것은 죄가 아니다”며 로마켓을 무혐의 처분했다. 대한변협은 “항고·재항고를 한 뒤 같은 결정이 나오면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변호사들도 요즘 참, 먹고살기 힘든 것 같다.

우리의 전직 별들께서도 억울한 듯 가쁜 숨을 가누지 못했다. 나라 걱정에 건강이 나빠지셨는지 “착찹한 마음에 밤잠도 이루지 못”하셨고, 그 때문인지 눈은 분노로 충혈돼 있었다.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원들은 “역대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원로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분들”이라며 군 원로들을 향해 “제 나라 군대의 작전 통제도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놓고 별만 달고 거들먹거린다”고 비난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병들의 서운한 마음이야 이해 못할 것도 없겠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에까지 개입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소박한 부탁 말씀을 올린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대통령 말대로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었다고 생각하고, 그 말을 “심각한 모독”이라고 느끼지도 않는다. 장군님 전방 순시 다니셨을 때 축구 골대 세 번씩 왕복하며 맨손으로 미친 듯 잡초 뽑던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이다.

그렇지만 결국 가쁜 숨을 내쉬어야 하는 것은 우리 서민들이다. 먹은 것은 나이요, 오르는 것은 공공요금이다. 새해 들어 산업자원부는 심야 전력 요금과 연탄값을,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건강보험료를, 각 시·도 지자체는 버스와 지하철 요금과 수돗물 값을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결혼한 뒤부터 내 집 마련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지난해 평균 7.7년에서 올해 8.2년으로 올랐다는데, 한명숙 총리는 신년사에서 “서민과 중산층이 경기 활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관련 정책 전반을 세심하게 챙기고, 부동산 정책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성장이 국민 통합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복지 분야에도 계속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1천원으로 PX에서 컵라면 2개와 깐포도캔 3개와 냉동 닭발 2개와 ‘천하장사’ 소시지 한 묶음 사겠다는 소린데, 아무튼 올 한 해도 다이내믹 코리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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