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간첩질’할 수 있는 시대! 검찰이 이적단체로 기소한 이른바 ‘일심회’ 사건의 교훈이다.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일심회 간첩들의 암약은 너무나 미약하고, 그들이 제공한 정보는 ‘허접하다’. 기껏 민주노동당 간부들의 출생지, 생년월일, 정치 성향 따위를 첩보로 제공하다니.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개그에도 못 미치는 “검색하면 다 나와!” 수준이다. 지금 당장 네이버에 물어봐라. 노회찬: 1956년 8월31일생, 부산 출신, 경기고-고려대 졸업, 진보정치연합 대표 역임, (따지자면) 평등파(PD) 출신…. 권영길, 심상정, 문성현…, 다 나오거덩! 시시껄렁한 신변 정보나 제공하는 일심회보다는 차라리 ‘지식in’에서 가수 채연과 배우 현영의 진짜 나이를 묻고 답하는 누리꾼들이 훨씬 간첩스럽다. (아, 일심회 사건을 보면서 새삼 ‘연예인 X파일’의 첩보력에 경악한다.) 그리하여 20세기에는 ‘막걸리 국보’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네이버 간첩단’도 가능하다. 물론 국내파 ‘다음 간첩단’, 해외파 ‘구글 간첩단’ 사건도 가능하다. 이름만 이심회, 삼심회, 천심회, 만심회 붙이면 된다.
간첩단 사건이면 일말의 스릴이라도, 첩보영화 같은 긴장감이 있어야지. 그래도 60년대 동백림 사건에는 (비록 조작이라도) 장벽을 넘어 동베를린으로 침투하는 낭만이라도 있지 않았나. 70년대 남민전 사건에는 재벌집 담벼락을 뛰어넘는 액션이라도 있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오늘날 일심회의 활동은 너무나 위협적이지 않아서 웃기지도 않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불과하다. 웃다가 우는 희비극도, 웃으면서 쓸쓸해지는 블랙코미디도 못 된다. 이렇게 첩보물에 스릴이 없는 것은 공화국이 제공한 제작비 탓이다. 역시나 검찰의 발표를 믿는다면(정말로 축소 조작 같다), 장씨가 1989년부터 15년 넘게 받은 공작금이 고작 1만6500달러, 원화로 바꾸면 1500만원. 165만달러를 받아도 첩보영화 한 편 찍기 힘든 판인데, 1년에 100만원 받아 가지고 무슨 사업이 되겠는가? 최저임금도 못 받는 간첩이라니.
그나마 ‘주사파’ 하위문화는 심심한 가운데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역시나 검찰 발표를 믿는다면, 일심회와 공화국의 연애편지는 ‘전통’ 시절 3류 에로영화에나 나올 법한 ‘유치짬뽕’. “장군님이 일심회 조직원들을 천금같이 여기고 있다” “장군님이 새로운 세기의 수령임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아~ 이제는 고어가 돼버린 ‘천금 같은’ 같은 표현을 남발하고, 세상의 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일심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이들의 밀어를 남조선어로 번역하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제는 자신들만의 언어로 그들만이 즐기는 주사파 하위문화를 너그러이 인정하자. 더 이상 사회에 아무런 해악도 끼치지 못한다. 이러한 그들의 빈약한 암약을 섹시한 광고로 포장하는 검찰의 기술은 역시 첨단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 최대 간첩사건’. 무슨 영화 홍보하나, 웬 과장광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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