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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타] 어머니의 마음

등록 2006-10-14 00:00 수정 2020-05-03 04:24

▣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news.hani.co.kr

육군 중위 하영민씨는 군복무를 하던 지난 2004년 11월2일 오전 10시35분 작전을 수행하던 중 7m 언덕 아래로 굴러 그 자리에서 심장압박사로 사망했다. 하지만 하 중위의 ‘싸이’는 죽지 않았다. 2년이 흐른 지금 그의 싸이 홈페이지(http://www.cyworld.com/forever1013)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하 중위의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 중위의 친구들도 마치 고인이 살아 있는 것처럼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어머니가 고인을 대신해서 답글을 달아주고 있다. 어머니는 또한 하 중위의 휴대전화도 해지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도 지우지 않은 채 계속 보관하고 있다. 아들이 남겨놓은 것을 자칫하면 지워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연은 싸이월드 ‘여론게시판’에 직접 어머니가 글을 남겨 알려지게 됐다. 글을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콧등이 아려온다. 수많은 누리꾼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이 글은 조회 수가 8만 회를 넘었으며 추천 수만 해도 1천 회를 넘었다. 하 중위의 어머니는 “엄마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영미니(고인의 애칭)가 훌륭한 집안에 태어나서 지금 맘껏 꿈을 펼치며 살고 있을 텐데 저를 낳아준 부모가 원망스럽습니다”며 “무슨 미련이 있다고 이 세상을 버리지 못하고 숨을 쉬고 살고 있는 엄마가 부끄럽기도 합니다”라고 아들을 먼저 보낸 ‘단장’의 마음을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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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도 감동의 댓글로 글을 맞았다. 박아무개씨는 “지금 이 순간 나는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글을 읽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난 행복하다”고 감동을 전했다. 김아무개씨는 “저도 3개월 전 20개월 된 아기를 하늘로 돌려보낸 엄마랍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말이죠. 가슴 아픔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라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같이했다. 안타까워하는 엄마의 사연이 알려진 이후 하 중위의 싸이에는 하루에 1천 명 이상이 다녀가고 있으며 누리꾼들은 앞다퉈 방명록에 애도의 글을 남기고 있다. 처음에는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던 하 중위의 어머니도 쏟아지는 방명록 사연에 “이렇게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일이 답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댓글을 따로 달아놓았다. 하 중위는 생전에 싸이 ‘대문’에 이런 글을 남겨놓았다.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죠. 우리는 네잎클로버를 따기 위해 수많은 세잎클로버를 짓밟고 있어요. 그런데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행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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