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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왕의 남자>를 타이에 수출하라

등록 2006-09-28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왕의 남자는 광대가 아니었다. 군인이었다. 푸미폰 타이 왕의 남자는 손티 육군 참모총장. 손티 장군은 “왕의 이름”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왕실의 상징인 노란 손수건도 탱크에 달았다. 왕은 ‘님의 침묵’으로 묵인하시다가 쿠데타 이틀 만에 당신의 남자를 민주개혁평의회 의장으로 임명하시었다. 국민에게는 “평온을 유지하고 손티의 명령에 따르라”고 말씀하시었다. 그리고 준엄하게 꾸짖으시기를 “탁신은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없기 때문에 그에게 부여한 권력을 거두어들인다”고 말씀하시었다. 왕의 말씀을 듣지 않고 권력에 집착한 탁신은 뉴욕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런던까지 밀려갔다. 타이인들은 ‘미소의 나라’(The Land Of Smile)라는 애칭에 걸맞게 군인들을 웃음으로 맞이했다. 성공한 쿠데타는 역시나 ‘타이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Everything Is Possible In Thailand)라는 타이의 명성을 또다시 증명했다. 군인들의 노란 손수건이 등장하기 전에도 방콕 거리는 1년 내내 노란 물결로 일렁였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 옆에 ‘노란 티셔츠의 아가씨’가 줄지어 걸어다녔다. 올해로 국왕 즉위 60주년을 맞아 왕실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노란색 입기가 ‘거국적으로다가’ 유행했다. 정말로 강제가 아니라 유행이다. 그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정말로 존경해서 사입은 것이다. 강제동원에 익숙했던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서는 도저히 입헌군주국 시민의 자발적인 존경심을 이해하기 어렵다. 역시나 “어메이징 타일랜드!”(Amazing Thailand). 그저 뜨악할 따름이다. 타이에 대한 옐로페이퍼 같은 이야기 하나 더, 지난해 타이에서 의 개봉을 알리는 대형 포스터를 봤다. 의 영어 제목은 ‘TAEKOOKGI’였다. 한국어로 읽으면 “태국기”였다. 혼자서 웃었다. 라니! 어쨌든 기회는 찬스다. 를 재빨리 타이에 수출하라. (벌써 했나?)

아니다. 타이만 어메이징한 게 아니다. 코리아도 못지 않게 어메이징하다. 현직 교감 선생님이 증명하셨다. 교감은 증권투자로 1억원을 빚졌다. 물론 본전이 생각났겠지. 그리고 돈을 뜯어낼 호구로 동료 교사를 찍었다. 교감은 교사를 술판으로 유인해 꽃뱀을 풀었다. 교사는 꽃뱀에 물렸다. 그리고 일당이 덮쳤다. 꽃뱀의 남편이 7천만원을 요구한다고 교감은 교사를 을렀다. 다급한 교사가 6천만원을 대출해오자 인자한 교감은 모자란 1천만원은 빌려주겠다고 선심까지 베풀었다. 그리고 6천만원 중에서 약소한 금액인 1800만원을 챙겼다. 정말 옐로페이퍼의 소설 같은 기사다. 심지어 교감은 교사와 30년지기라고 한다. 화투판을 다룬 영화 에는 “이 바닥(노름판)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일찍이 인생의 타짜들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고도 하셨다. 노름판이나 교육판이나 아사리판이다. 역시나 “다이내믹 코리아!”. 여기는 어찌나 다이내믹한지,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으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교감과 교감하지 말지어다. 퉤퉤퉤퉤, 테러블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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