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굴욕[gulyok] 명사.
남에게 억눌리어 업신여김을 받음. 굴욕을 당하다, 굴욕을 참다 등으로 활용된다. 주로 ‘참을 수 없는’ ‘평생 잊지 못할’ 등과 같이 쓰이고 고통, 수치 등과 등가로 연결된다(고통과 굴욕, 굴욕과 수치 등). 비슷한 말은 모욕, 좌욕(挫辱). 하지만 모두 옛날 이야기다.
월드컵 해설에서 나온 ‘차두리의 굴욕’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굴욕’은 급속도로 의미 탈태를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전 때 나온 ‘로커룸에 들어가지 못하는 후보 선수’가 1탄, 한국과 토고전 때 ‘외국 기자와의 인터뷰, 알고 보니 선수로 나가지 못하는 소감 질문’이 2탄, 포르투갈과 멕시코전 ‘혼자 퇴장하고 돌아가는 외로운 길’이 3탄이다. 차두리의 인기 급상승이 ‘굴욕’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은 원래 뜻에 비춰본다면 해석 난감이다. 인기 톱스타의 “나도 한때는 왕따였어요”라는 고백과 비슷한 걸까.
이런 이야기형 굴욕에 일말의 애정이 담겨 있다면, 사진형 굴욕에는 ‘외모 지상주의’의 전말이 담겨 있다. 맨 처음 탄생한 굴욕 시리즈로 추정되는 것은 지난해 김종국이 3개 방송사의 가요대상을 석권한 사진들을 연결한 ‘김종국의 굴욕’ 시리즈. 배경으로 ‘꽃미남’을 피하려는 김종국의 생각을 말풍선에 넣은 곳이, 김종국 생애 최고의 순간이랄 수 있는 가요대상 시상 장면이라니 언뜻 잔인해 보인다. 키가 작으면, 다리가 짧으면, 가슴이 작으면 모두 ‘굴욕’이다. 에서 계단에 서 있지만 최지우랑 키가 비슷하게 보이는 장면을 캡처한 ‘김태희의 굴욕’이 대표적. ‘뻘쭘한’ 광경도 ‘굴욕’이다. 시사회장에서 품에 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꽃다발을 받은 송일국에 비해 거의 아무것도 받지 못한 것은 ‘손예진의 굴욕’이다.
‘스타의 옛 얼굴’ 등으로 인터넷에 떠돌던 사진은 다시 한 번 ‘굴욕’이라는 제목이 붙어 재활용된다. 어떻게 보느냐는 ‘해석의 차이’가 선명하다. 그 해석은 네거티브할수록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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