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임금의 52.2%에 불과한 여성 노동자, 관리직은 하늘에서 별 따기 … 비서·청소부·커피 마담 노릇하다 결혼·임신 등으로 시장에서 축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한때 가슴에 달고 다녔던 ‘59센트’라고 쓰인 배지는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끈질긴 차별의 상징이었다. 남성이 1달러 벌 때 여성 임금은 59센트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1994∼95년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한국의 여성 임금 비율은 남성 임금의 52.2%로 전세계에서 일본(43.6%)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동남아시아에서 콸라룸푸르가 70.3%, 방콕 74.9%, 마닐라 79.6%였다. ‘52.2원?’
‘직장맘’은 없고 가정주부만
‘여성 파워’ 시대가 왔다고 한다. “여성 인력은 최후의 미개척 자원이자 미래 성장의 엔진”이라고, “단순히 치마를 입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능한 인력을 낭비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고도 말한다.
과연 그럴까?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업들은 여성 공채를 대폭 늘렸다.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타 사업체에서 동일한 직무 경력을 포함할 경우 10년 이상 경력자가 1992년 4.9%에서 2002년 16.5%로 인상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여성 관리자(과장급 이상) 비율은 4∼5%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가 2004년 종업원 1천 명 이상 사업장(354개)을 대상으로 여성 관리자를 조사한 결과 부장은 1.4%(477명)에 불과하고, 차장 3.6%(1706명), 과장 5.6%(6157명)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2002년 1443개 기업, 100명 이상·이하 기업이 각각 절반)에서는 여성 관리직이 단 한 명도 없는 기업이 3분의 2(901개)에 달했다. 중소기업에서는 영업활동을 위해 부장·과장 자리를 단지 명함으로 받은 여성도 많기 때문에 이 비율조차 ‘과대 집계’됐을 가능성이 크다.
“여성 승진 선례가 없다”는 말은 가장 먼저 여성들의 기를 꺾어놓는다. 여성이 관리직에 오르는 것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은 ‘아주 가까운 듯하지만 여전히 멀리 있는’ 견고한 유리천장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제도적 차별이 없더라도 유리천장은 여성이 승진 사다리를 타는 것을 막는, 채용·배치·승진·직업훈련 각 단계마다 오랫동안 누적돼 관행으로 정착되고 구조화된 간접 차별이다. “보직을 줘도 크는 자리는 안 주고 남자들이 하기 싫어하고 열심히 해도 빛이 안 나는 자리만 줘요.” 승진 루트에 속하는 핵심 부서에 진입할 기회가 아예 차단되는 ‘유리벽’도 버티고 있다. 미국의 (Working Mother)라는 월간지는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ffirmative Action·민간기업에서 동종 업종의 다른 기업에 비해 여성 고용 총량이나 여성 관리직 비율이 낮은 기업에 대해 개선 방안을 수립하도록 요구하는 제도) 이행 여부를 매년 조사한다. 그래서 여성 고용 비율이 높은 ‘일하는 어머니를 위한 모범기업’ 100개사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남성 역차별이라는 도전과 폐지 위협 속에서도 미국의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가 3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노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직장맘’을 다루는 잡지가 거의 없고, ‘가정주부’들을 겨냥한 월간 여성지들만 넘쳐난다.
유리천장의 벽을 뚫고 살아남아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소수 여성들은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성적 편견’이 없는 상사를 만나는 행운을 잡았거나 빽을 가진 여성이 대다수다. 여성 관리자가 워낙 소수이다 보니 여성 선후배끼리 끌어주면서 영향력을 가진 세력으로 등장하기도 어렵다. 성공한 몇몇 빼어난 여성들 뒤편에는 좌절 속에 눈물을 삼키며 조직을 떠나야 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있다. 큰 의욕을 가진 똑똑한 커리어 우먼도 혹독한 좌절을 수없이 겪고 나면 결혼을 도피처로 생각하고 큰 미련 없이 직장을 버리고 만다. “여성 관리직 밑에서는 도저히 일 못하겠다”는 남성들의 의식 속에서 여성은 타이핑·서무 같은 하찮은 일에만 배치되고, 본업보다 비서·청소부·커피 마담 노릇까지 잔업이 더 많은 (사원이 아니라)‘여직원’이 된다. 이런 잔업 때문에 본업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 일의 속도가 늦어지면 “거봐라, 여자는 업무 능력이 떨어져…”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또 임신한 여성은 “사무실 분위기 해치고 보기 흉하다”는 말에 들들 볶여 내쫓긴다.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저항해도 달라진 건 없고 싸움도 이제 지긋지긋하고 힘도 빠진다. 집에서 썩고 파묻히는 것도 싫지만, 언뜻 “차라리 애 잘 키우는 것도 가치 있는 생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축출’된다.
노동조합에서도 주변인
여성 노동자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여성은 노동조합에서도 주변인이다. 여성 노조간부는 여성 조합원 수에 비해 극히 소수에 불과한데, 맡는 직책 역시 주로 여성부위원장·여성부장·후생복지부장 등 한직에 그친다. 여성 배려를 과시하려는 구색에 불과한 자리도 많다. 사실 노조 대의원직은 고등교육도 받지 않았고 고급 기술을 갖지 못한 생산직 남성 노동자들이 승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출세의 길이기도 했다. 그래서 여성의 노조간부 진출을 기피하는 것일까? 여성 간부가 커피 심부름이나 복사일 같은 ‘노조 사무실의 주부’ 역할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성별분업 관행이 노조에서도 재생산되고 있는데, “그저 조합 안에도 여자가 한 명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여성 간부가 아무리 늘어도 사무실의 주부에 머무는 한 노조를 통해 여성을 대변하기는 어렵다. 하이에크는 에서 “과거의 진리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다음 세대의 언어와 개념으로 다시 말해져야 한다. 한때 가장 효율적으로 진리를 표현했던 말들도 점차 낡아져서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이제 노동도 ‘일하는 여성들’의 언어로 다시 말해져야 한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홍준표 “인성 참…욕망의 불나방” 배현진 “코박홍, 돼지 눈엔 돼지만”

모범택시3 역대급 패러디…‘햄버거 회동’ 뒤 비상계엄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절연 못 하는 속사정

이 대통령 “민간 무인기 운용, 사실이면 중대범죄…군경합수팀 엄정 수사”

‘민간 무인기’라면 군 왜 몰랐나…남침 감시에 초점, 크기도 작아 어려워

홀로 사는 어르신 올해 기초연금 34만9700원…이달부터 7190원↑

트럼프의 ‘그린란드 소유’, 엄포 아닌 진심이었다…“나토 종말 위기”

윤석열은 ‘졸다 웃다’, 변호인은 “혀 짧아서”…초유의 침대 재판

참여연대 “이혜훈 장관 임명 반대…부정 청약 국민 기만”

김민석 “유승민에 총리직 제안, 저도 이 대통령도 한 바 없어”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