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국내총생산(GDP)이 한 나라 경제의 성적을 총량적·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라면, 국민총소득(GNI)은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얼마나 더 잘살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질적인 잣대라고 볼 수 있다. GDP가 높아진다고 해서 GNI가 반드시 같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이 6월2일 발표한 ‘200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1분기의 실질 GNI는 169조5천억원이었다. 바로 직전인 지난해 4분기의 170조6천억원에 견줘 0.6% 쪼그라든 수준이다. 실질 GNI가 전 분기에 견줘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 만에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2004년 4분기(2.5%)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분기와 견줬을 땐 실질 GDP는 무려 6.1%나 늘어난 반면, 실질 GNI는 1.3% 증가에 그쳤다. 총량 지표로 본 나라 경제는 그럭저럭 굴러가는데 국민들 호주머니 사정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실질 GDP와 GNI의 엇갈린 흐름에 대해 한국은행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석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값 상승, 환율 하락, 반도체 수출가격 하락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로 무역 손실이 늘어났다는 게 그 첫 번째다. 또 하나는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임금, 이자, 배당 등)에서 적자가 생겼다는 점이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이 받는 요소소득이 늘어나면 그만큼 GNI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거꾸로 국외에 진출해 있는 우리 국민이 받는 요소소득이 늘어나면 그 반대가 된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과 달리 실질 구매력은 쪼그라드는데도 GDP성장률에 목매는 ‘성장 신화’는 굳건하다. 하긴 실질 GNI조차 평균 개념일 뿐 아래쪽의 형편을 담아내지는 못하는 건조한 숫자일 뿐이니 GNI 운운도 피장파장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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