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생각해보면, 삶은 단순하다.
어린 시절 셋방살이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1천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9.8%는 “주인집 애와는 싸우지 말라”는 어머니의 꾸지람이 제일 힘들었다고 고백했다(믿거나 말거나!). 사회가 아무리 복잡다단해졌어도, 가장 큰 양극화의 골은 ‘(강남 주변에) 집 가진 분’과 ‘그 밖의 놈’들을 가르는 양극화다. 경실련 통계를 보면, 참여정부 들어서만 전국의 땅값은 1153조원이나 올랐고, 아파트 가격은 394조원이나 폭등했다. 집값 상승세가 집중된 곳은 강남과 판교발 핵폭풍의 수혜를 제대로 입은 분당 등 강남 주변뿐이다.
얼마 전부터 강남발 ‘부동산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경제 관료와 금융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집값이 폭락하면 사람들의 재산이 줄어들고, 이는 소비 감소를 불러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대량 해고가 발생한다. 이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가장들은 자살하고, 아이들은 밥을 굶고, 나이든 부모들은 독거 노인이 된다. 부동산값 폭등의 열매는 일부 상류층에게 돌아가지만, 그 피해는 사회 전체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사실. 잘사는 놈들은 죽어도 혼자 죽지 않는다. 예로부터 어른들 말씀에 틀린 것 하나 없다. “주인집 애와는 싸우지 말란 말이야.”
“칭찬하자는데도 뭐라고 그러네.”
열린우리당의 보라 공주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독주 태세를 갖춘 한나라당 산소 남자의 굳히기 포석에 4천만이 다 함께 감동을 먹고 말았다. 산소 남자께서는 “앞으로 선거 연설 때마다 강 후보의 칭찬할 만한 점을 하나씩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어라~! 산소 남자의 신선한 제안에 귀가 솔깃해질 무렵, 먹이를 물기 위해 달려든 사람들을 향해 날리는 산소 남자의 재치 있는 염장질에 4천만이 한꺼번에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매번 강 후보의 칭찬거리를 찾느라 고민이에요!” 10월 유신, 5·18, 3당 합당, DJP 연합 등 할리우드급 블록버스터에만 의존해온 한국 정치, 이제는 산소 남자 같은 시나리오를 앞세운 소품들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 이후 “이미 서울시장이 다 된 것 같은 오만과 자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보라 공주 쪽의 반격이 이어졌지만, 1 대 0 게임은 이미 끝. 앞으로도 보라 공주의 고전은 꾸준히 계속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결국 ‘프라하의 연인’은 기소되고 말았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2부는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제작진이 덕수궁 돌담에 종이 소품을 붙여 문화재인 돌담을 훼손했다며 이 드라마를 만든 제작사 쪽 직원 2명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서울시는 지난 3~4월 경복궁 담장은 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복궁 코앞에 있는 높이 80m짜리 주상복합 건물의 신축을 허용했다. 덕수궁 돌담만 문화재고, 경복궁 담장은 문화재가 아니었단 말인가. 세상만사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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