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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전] 코드[kod] 명사.

등록 2006-04-12 00:00 수정 2020-05-02 04:24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코드(chord)는 화음이다. 한꺼번에 소리 내어 듣기에 좋다면 화음을 이룬 것이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인기가수인 ‘고음불가’의 음악은 코드를 못 맞춘다. 하지만 높은 음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박수를 치던 관객을 바꿔놓았다. 관객은 고음불가 순간을 더 고대한다. 노래방에서도 옥타브를 낮출 수 있는 적당주의가 환영받는다. 콘서트에 선 가수들은 가끔 ‘고음불가’의 순간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은 적당히 박수를 치며 마이크를 관중석으로 돌린다.

코드(cord)는 전선줄이다. 제주도 정전 사태가 벌어진 뒤에 잠깐 비춰진 몇몇 정전사고의 주요 원인은 까치집이었다. 보통 참새는 가벼워서 정전까지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한다. 참새가 발을 벌려 여러 줄의 전선줄에서 화음을 맞추면 문제가 달라진다.

코드(code)는 화음을 맞추어 짜릿한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다. 참여정부의 개각 때마다 ‘코드 정치’ 비판이 나온다. 정권이 맞는 사람과 정책의 철학을 실현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데…. 그 코드가 ‘전깃줄’인 것이 문제일까. 고만고만한 참새들이 전깃줄 위로 일사불란하게 날아왔다 날아간다.

개봉을 앞둔 <다빈치 코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코드에 맞지 않았다. 그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고음불가’였다. “예수가 죽지 않고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그 후손이 현대까지 살고 있다”는 가정은 예수의 부활을 다룬 성경과 불협화음이며 “바벨탑을 쌓는 행위와 같은 죄”라고 한다. 한기총은 4월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박근혜 대표는 한기총을 만난 자리에서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2004년 출간된 소설은 그해 100만 부를 달성한 유일한 소설이었다. 읽을 대로 읽었고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근래에 보기 드문 초호화 베스트셀러는 현재 ‘표절’ 논란으로 법정에 있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또 있다는 말씀. 만약 한기총의 신청이 심사에 들어가면 법정은 그들이 역사로 믿는 ‘부활 기적’과 ‘일상다반사’ 중 어느 게 그럴듯한지를 가려야 하나. 코드 맞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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