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가짜를 뒤집은 짜가(짜가를 뒤집어봐야 진짜가 되는 건 아니지만)를 한 글자로 간소화하고, 여기에 사람의 신체 부위 등에 비하의 뜻을 더하거나(젖퉁이, 눈퉁이) 태도나 성질을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사(미련곰퉁이)인 ‘퉁이’가 붙어서 생겨난 조어. 진짜를 흉내낸 물품이나 내용을 가리킨다.
3월23일 국산 담배 ‘더 원’(The One)과 ‘레종’(RAISON)을 베낀 중국산 담배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둘을 놓고 ‘틀린 그림 찾기’를 한 결과 짝퉁 더 원은 글자 위의 빨간 반원의 길이가 진품보다 약간 짧고, 레종은 파란 빛깔이 진품보다 더 짙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겉은 분간 못할 정도로 비슷하게 심혈을 기울였지만 속까지 베끼기는 힘들었다. 명품과 짝퉁을 가르는 ‘마지막 일획’이라고 하기에는 그 차이는 좀 컸다. 중국산 짝퉁 담배에는 타르와 니코틴이 정품보다 3∼9배나 많았다. 중국산 짝퉁 담배는 ‘명품 짝퉁’의 고지에는 오르지 못할 듯하다. 정부에서는 언론에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국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 국익도 짝퉁 비스름(그런다고 진품이 되지는 않겠지만)하다. 짝퉁 담배의 경고문은 ‘진짜’ 진짜다. “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이 담배는 지난해 12월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됐다. 최근 이 ‘부산항’도 ‘짝퉁 논란’에 휩싸였다.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돌아와요 충무항에>의 가사를 조금 바꾼 것으로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것. 김성술이 작사하고 황선우가 작곡한 <…충무항에>를 김성술이 1970년 취입했는데, 김성술은 다음해 <타워링>의 소재가 되기도 한 대연각 화재로 유명을 달리했다. 작곡자는 가사를 조금 바꿔 <돌아와요 해운대에>를 만들었고, 이는 다시 <…부산항에>로 바뀌었다. 2004년 우연히 김성술의 앨범이 발견된 뒤 유족은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소송을 걸었다. 유족은 승소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짝퉁’으로 판결나긴 했지만 여전히 ‘명품’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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