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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소폭클럽과 폭소클럽

등록 2006-03-09 00:00 수정 2020-05-02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좌 광원, 우 의화. 좌우 합작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광원 열린우리당 의원,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이 좌우를 막론하고 여야를 뛰어넘어 최연희 의원을 옹호하는 강고한 남성 연대를 구축했다.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열린우리이고,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한나라임을 행동으로 증명하셨다. 먼저 의화단의 난이 일어났다. 정의화 의사가 분연히 떨쳐 일어섰다. 의사의 기개로 단호한 진단을 내리셨다. “급성 알코올중독 증세!”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정의화 의사의 최연희 옹에 대한 급성 진단 결과다. 정 의사는 “술도 약한 분이 이순의 나이에”라고 지적함으로써 ‘알츠하이머’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정 의거에 고무받아 감옥에서 투쟁이 시작됐다. 환자임에도 범인으로 억울한 누명을 썼던 성추행범을 모두 석방하라! 정의화 의사의 성추행에 대한 의학적 고찰에 고무받아, 한광원 작가는 문학적 해석에 나섰다. 의화단의 난을 틈탄 음란서생의 댓글질! 유치찬란한 글발로 보아 밤의 음란서생임이 틀림없는 한광원 열린우리당 의원은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만져보고 싶은 것이 순리”라는 순리에 어긋나는 문장을 써서 양식 있는 국민을 대략 난감하게 만들었다. 한 의원은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느냐”고 깊이 탄식하시며 성추행이 남자의 자랑으로 추앙받던 시절을 절절히 그리워하셨다. 마침내 한 의원은 “봄바람에 살랑이는 봄처녀의 매력에 마음껏 빠져보고 싶은 날”이라는 봄처녀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매력 없는 문장을 써서 음란서생의 명예를 한껏 실추시켰다.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을 모범 삼아 국회의원들의 추행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최 옹은 남성 연대에 기반한 좌우 합작을 이루시려고 한 몸을 던진 연희 아니 심청이셨던가? 아, 그분의 추행으로 일떠선 저 도도한 2차 가해자들의 물결! 음란서생과 손 맞잡은 21세기 의화단의 난!

작금의 사태를 빙자해 각종 퍼포먼스가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역시 좌우를 넘어, 여야를 막론한 퍼포먼스 행렬이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수 성추행을 재연했다. 머리가 나쁘면 아니 공부를 안 하면 손버릇도 나빠진다. 상식 이하의 퍼포먼스는 정 의원의 수준을 드러냈다. 성폭력에 대한 상식이 없으니 성추행의 재연이 또 다른 성추행이 된다는 걸 모를 수밖에. 질세라 한나라당의 대표선수 박진 의원이 나섰다. 앞장서 ‘폭소클럽’을 결성한 박 의원은 맥주잔에 양주잔이 담긴 폭탄주를 직접 망치로 깨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박 의원은 ‘폭소클럽’은 ‘폭탄주를 소탕하자’는 뜻이라고 주장했으나 일부의 주당들은 ‘폭탄주를 소주폭탄(소폭)으로 바꾸자’로 해석하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암약하는 ‘소폭클럽’ 조직원들은 ‘폭소클럽’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폭소를 터뜨렸다고 한다. 폭소클럽에 가입한 국회의원은 43명, 나머지 256명의 국회의원은 소폭클럽 비밀 조직원으로 의심받고 있다(폭소클럽에 잠입한 소폭클럽 회원도 있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소폭클럽’은 여야를 망라한 최대의 국회의원 사조직? 소폭클럽 회원들의 양심선언을 촉구한다. 급성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기 전에!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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