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오노 선수. 아폴로 우주선 태워보내서. 오노~ 오노~ 하게 만들어야 됩니다.”
2002년 월드컵 축구 해설로 명성을 날렸던 ‘송재익-신문선’ 콤비에 이어 또 하나의 ‘만담 해설’ 콤비가 탄생했다. 토리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을 중계하는 한국방송의 ‘이준호-이재후’ 콤비의 재치 있고 거침없는 해설이 화제다. 이 콤비의 인기는 금메달을 휩쓸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을 뺨친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두 사람의 어록이 떠돌고 있고, 한국방송도 이들의 대화를 편집해 중계방송 광고로 쓰고 있다. 선수들의 활약이 아니라 두 콤비의 만담 해설을 듣기 위해 방송 동영상을 리플레이하는 누리꾼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들의 말장단은 빙판의 안현수 선수만큼 빠르지만, 동시에 거침이 없다. 누리꾼들은 이들의 해설 만담이 랩 수준이라고 치켜세운다. 특히 한국 쇼트트랙 1세대 선수 출신인 이준호 해설위원은 풍부한 경험에 바탕을 둔 속사포 같은 말솜씨로 ‘폭풍 해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그의 어록은 쇼트트랙을 한 번이라도 시청한 사람이라면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다.
“심판이 제 절친한 친구인데요, 저렇게 흰머리가 돼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중략) 오노 선수의 파이널B 상황은. 글쎄요? 미국의 딸라(달러) 파워에 밀린 거겠죠?”
“양양A 선수. 거짓 속에 진실이 있고 진실 속에 거짓이 있다고 하죠? 손자병법을 쇼트트랙에 접목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거짓된 모습으로 지친 척한 것이 양양A 선수였는데요. 이번엔 진짜 지친 거였군요.”(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중국의 양양A가 예선전에서 탈락하자)
이재후 캐스터도 밀리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이호석 선수! 서울시 양천구 목동! 바로 우리 동넵니다!”(이호석 선수의 은메달에 흥분하며) “닭고기는 ‘쪽쪽’ 찢어 먹어야 맛있지 않습니까? 스케이트는 ‘’ 타야 제맛이죠.”(해설 중 뜬금없이)
0.01초로 승부를 다투는 쇼트트랙 경기의 긴장감이 ‘이준호-이재후’ 콤비의 재치 있는 해설을 통해 통쾌한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긴장 뒤에 터져나오는 통쾌한 웃음이 훨씬 기억에 남는 법이다.
그러나 만담 해설을 놓고도 인터넷 세상 특유의 음모론이 흘러나온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바탕으로 해설가로 데뷔한 문화방송의 김동성 해설위원과 SBS의 전이경 해설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이준호 해설위원이 시청률을 의식한 ‘튀어보기’ 콘셉트라는 것이다.
음모이든, 콘셉트든 ‘이준호-이재후’ 콤비의 탄생은 안현수의 금메달만큼이나 누리꾼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을 듯하다. 레슬링 하면 심권호나 ‘빠떼루 아저씨’ 김영준 해설위원을 기억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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