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뭐든지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난 1월18일 노무현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로 행복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한국방송 수목 드라마 <황금사과>의 PD였다. 그날 방송된 노 대통령의 신년사 때문에 방영 시간이 뒤로 밀린 문화방송 <궁>과 SBS <마이걸>을 제치고 단독 찬스를 얻은 <황금사과>는 20.5%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에 대통령 신년사를 방영한 나머지 3개 방송사 시청률의 합계는 20%를 겨우 넘겼다고 한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걸>의 독주로 양극화되고 있던 시청률 시장을 단숨에 평준화했다. 양극화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 때문인지 신년사 직후 진행된 A매치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하향 평준화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아랍의 ‘약체’에게 ‘일 대 빵’의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아시아의 이름으로 진행된 아름다운 평준화였다.
도무지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자꾸 웃음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호프’ 김진표 교육부총리께서는 사학법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심모원려로 특별감사 대상을 다음과 같이 꼽으셨다. “아주 소수의 개연성이 높은 사학을 엄선해 정밀 특별감사를 벌여 일벌백계하겠다.” 비슷한 수식어가 두세 번 겹쳐 문장의 주술 관계 파악에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그 말이 기자에게는 “서로 먹고살기 힘든데 (갈등이 표면화된 몇 군데만 손보는 선에서) 그까이꺼 대충 하겠다”는 것으로 들렸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지껄이는 레토릭 퍼레이드에 지친 지 오래다. 우수상만 대충 몇 개 뽑아도 전통 시절 ‘정의사회 구현’에서 시작해 “더 이상의 군내 폭력은 없습니다”(국방부), “더 이상의 부동산 투기는 없습니다”(건설교통부)까지 그 뻔지르르함에 치가 떨린다. ‘아주 소수의 개연성이 높은 사학을 엄선해’ 벌이시는 ‘정밀’ 특별감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이것은 과학 수사의 성과다!” 10여 년 동안 전국을 떠돌며 여성들을 성폭행한 ‘발바리’를 잡은 경찰은 침을 튀겼다. 그럴 만도 하다. 경찰은 지난 10년 동안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서 채취한 범인 DNA 74개(!)와 발바리의 DNA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수배가 떨어진 지 이틀 만에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잡혔다. 잠시 몸부림을 치던 발바리는 이내 “속이 후련하다”며 고분고분히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발바리를 덮친 경찰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1계급 특진의 단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과학 수사의 결과일까? 때는 1980년대 후반 경기도 화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이 이어지고 있었다. 경찰은 피해 여성들에게서 발견된 용의자의 ‘거시기 털’과 동네 ‘달건이’들의 DNA를 대조했다. 달건이들은 길 가다 느닷없이 경찰에게 잡혀 바짓가랑이 내리고 “악” 소리 지르며 수없이 뽑혀야 했다(그러고도 잡지 못했다!). 그렇게 당한 동네 달건이들만 570명. 그것은 세련된 과학 수사였을까? 무식한 인권 침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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