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가 지난해 12월30일에야 2006년 예산안을 최종 의결했다.
일반회계 기준으로 2005년보다 7.8% 늘어난 144조8076억원 규모. 애초 정부안 145조7029억원에서 8953억원 줄어들었다. 이번 새해 예산안 처리는 법 규정보다 무려 28일이나 늦었다. 예산안 처리를 새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2일)까지 의결하도록 한 헌법(제54조 2항)을 위반한 것이다. 그래도 위헌 시비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연례행사처럼 굳어져 관성화됐기 때문인 듯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헌법에 정한 기한에 예산안을 처리한 예는 2002년 딱 한 번이었다. 그나마 이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기국회 일정을 조정하면서 조기에 졸속 처리한 데 따른 것이었다. 1999년에는 12월18일, 2000·2001년 12월27일, 2003년에는 12월30일에 처리됐다. 압권은 2004년으로, 12월31일 예산안을 의결하는 바람에 국회의사당에서 해를 넘긴 이들이 수두룩했다.
예산안 처리를 새 회계연도 개시 한 달 전에 처리하도록 한 것은 각 정부 부처가 새해 사업을 준비할 말미를 주기 위한 것이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이 새해 예산을 확정하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 국가지원 규모를 확정짓지 못한 상태에선 지자체들도 예산을 결정지을 수 없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야당이 예산안 처리를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한 데서 비롯됐다는 예산안 늦장 처리 관행이 새해에는 좀 달라질까?
재정 학자들은 예산안 늦장 처리를 막기 위한 압박 수단의 하나로, 법정 기한을 넘길 경우 정부 제출 원안대로 확정짓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또 정부 예산안 제출 시점(회계연도 개시 90일 이전)을 앞당겨 예산심의의 내실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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