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윤세님은 전세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를 대신 써주시는 것 같아요!”
“시집이라 출판했네/ 시인들은 다 죽었나?/ 이런 글이 시가 되나/ 어이없는 귀여니 시/ 나는 시라고 인정하지 못해.”(‘인정못해’)
인터넷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귀여니(본명 이윤세·20). 그의 첫 시집 <아프리카>가 누리꾼들의 시 창작열에 불을 지폈다. 귀여니 시집 <아프리카>는 그가 캐나다에서 1년간 머물면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124편의 시와 아포리즘(경구)으로 꾸며져 있다. 게시판에 돌고 있는 그의 시는 짧고 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명심해./ 하루 만에 당신에게 반했다는 그 사람은/ 다음날 또 다른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걸.”(‘명심해’) “영원이란,/ 누구에게도 허락될 수 없는/ 이 세상의 가장 큰 거짓말.”(‘가장 큰 거짓말’) “신발 끈 더 꽉 묶어./ 우리가 함께 할 코스는/ 백미터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야 이 멍청아.”(‘코스’)
이런 ‘귀여니 시’를 놓고 누리꾼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다. 일부는 “시가 아니라 낙서나 일기 수준의 글”이라며 “함량 미달이고 시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회원 수 100만 명이 넘는 다음의 ‘귀사모 카페’에서는 “아프리카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쩌면 시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느냐”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누리꾼들은 또 귀여니 시를 소개한 포털 뉴스 기사의 댓글을 통해 귀여니 시를 패러디해 다양한 창작시를 쏟아내고 있다. 해당 기사는 하루 만에 6천여 건의 댓글이 달려 누리꾼 사이에 새로운 ‘성지’로 불리고 있다.
“명심해./ 하루 만에 너에게 반했다는 그 사람은/ 다음날 너의 안티가 될 수도 있단 걸.”(‘명심해’) “북경오리/ 때려잡고/ 떡볶이를/ 씹어먹고/ 마을버스/ 뛰어내려”(‘육봉달의 하루) “귀여나/ 오빠야/ 오빠가 하는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 시집, 책을/ 화성에다 던져버리면/ 안 되겠니?”(‘현대개념백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야당의원생각’) “청계천이 흐른다./ 불도저로 밀었다./ 이명박이 시켰다.”(‘서울시’) “귀여니에게/ 시를 쓸 수 있는/ 원천기술이 있는지/ 검증하여/ 무엇하랴?”(‘pd수첩’)
귀여니 시에 대한 함량 미달 논란을 떠나 인터넷 시대 문학창작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미니홈피 글이 시집이 되고, 댓글로 집단 창작시가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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