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지나가다가 어디에 머무르다. 귀신 이야기는 보통 어두운 밤길에 나타난 집에 가서 “지나가는 길손이온데 하룻밤만 묵어가도 되겠습니까”로 시작된다. 그러다 보면 묵는 집의 주인이 100년 묵은 여우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오래되다. 일정한 때를 지나다. 어릴 적 때는 항상 묵었다. 목욕탕에 잘 가지 않아서였다. 새해 전날의 목욕탕에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본전 뽑으려고 몇 시간을 머물렀다. 때를 불리러 들어간 온탕이 뜨거워 일어서면 어머니는 머리를 밀어넣었다. 두 시간은 있어야 때 좀 벗겼다 할 수 있고, 어딘가 빨갛게 되어야 목욕탕을 나설 수 있었다. 이렇게 묵은 때를 벗고 새해를 맞았다. 그러면 한 살을 먹었다.
나이는 먹지만 사물은 나이를 묵는다. 30년 묵은 산삼, 50년 묵은 소나무. 먹다의 강원, 경남, 전남 쪽의 사투리가 묵다인 것도 그러니 자연스럽다. 세월이 묵으면 나이가 차고 넘친다. 시간이 가는 것이 안타까운 이들은 외친다. 세월아, “고마 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한 해가 끝날 때면 ‘묵은’ 것을 정산한다. 많이 ‘묵을수록’ 제출할 것도 많다. 제출할 것 많으면 많이 받는다. 그러니 묵은 대로 거두리라.
정신적 상처가 묵으면 트라우마가 된다. 지금의 정신적 공황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해 가기 전 탈탈 털 수 있기를. 그러려면 마음이 아프더라도 사실을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결국은 뿌린 대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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