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눈 뜨세요.”
황우석 교수는 왜 눈을 감고 있을까요. 지난 12월8일치 아침신문 1면들을 장식한 병실 사진 말입니다. 헷갈립니다. 잠에 빠진 건지, 눈을 뜰 기력조차 없는 건지, 일부러 눈 감은 포즈를 취한 건지…. 물론 좀더 비감하고 극적인 앵글을 원한 사진기자의 의도가 적극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덥수룩한 머리, 면도하지 않은 까칠한 수염,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 로마 정권에 고초를 당하던 예수의 얼굴이 연상됩니다.
황 교수를 지지하는 분들은 안쓰러움이 더했으리라 믿습니다. 〈PD수첩〉에 대한 분노는 더욱 하늘을 찔렀을 거고요. 황 교수의 심적인 고통과 몸 상태를 생각하면 할 말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병실 사진이 효과적이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습니다. 황 교수의 이미지 연출력이 정치인이나 연예인 뺨친다고 안 좋게 보는 이들이 있는데, 이를 입증하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병실에 입원한 뒤 왜 취재기자는 상대하지 않고 사진기자만 들어오게 했나 하는 의구심 탓입니다. 논리가 아닌 비주얼로 승부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극단적이면서도 상식에 반하는 의심들이 난무합니다. “10kg 빠지긴 빠진 거야?” 황 교수가 탈진 뒤 몸무게가 빠졌다는 보도를 믿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별로 수척해지지도 않았던데? 몸무게부터 검증해야 하는 거 아냐?” 예의도 없고 잔인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황 교수에 대한 찬사의 한편에서, 불신의 감정이 증폭되고 있는 분위기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지난주 사석에서 황 교수에 관해 떠돌아다니는 별별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대부분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억측과 소문들이었습니다. 〈PD수첩〉의 문화방송은 백기를 들고, 황 교수는 말없이 눈 감은 채 누워 있고, 황 교수의 논문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어지러운 현실이 바로 악성 루머의 토양입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문화방송이 그만 자성해야 합니다. 취재윤리 반성, 할 만큼 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추동하는 광고 중단 압력에 굴하지 말고 〈PD수첩〉 후속편을 틀어야 합니다. 코가 깨진 해당 PD들이 ‘팩트’에 관해선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계속 황 교수처럼 잠자코 있다면 ‘비윤리 방송’보다 더 모욕적인 소리를 들을지도 모릅니다. ‘비겁한 방송’이라는…. 이번호 ‘도전인터뷰’에 등장하는 김형태 변호사의 주장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그는 한때 황우석 교수 쪽의 자문변호사였고,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호 표지는 ‘황우석’이 아닙니다. 생뚱맞게 보입니까? 대추리입니다. 경기도 평택군 팽성읍 대추리. 미군기지의 대대적인 이전을 온몸으로 반대하는 이곳의 아우성은 ‘줄기세포’보다 더 급박한 ‘국익’의 상징입니다. 황우석 파동의 진실만큼, 평택의 진실에 눈을 떠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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