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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 사전] 단거(danger) 명사 변형

등록 2005-10-2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설탕류, 과자류 따위의 맛이 단 음식물인 ‘단것’의 무책임성 발음. 겉에 위험(danger)이라고 쓰인 것을 먹고 죽었다는 최불암 시리즈의 진실. 그가 먹은 것은 진짜로 ‘단거’였다. 탄수화물, 특히 정제된 당분을 많이 섭취하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비만 등의 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을 탄수화물 중독증인 ‘메타볼릭 신드롬’ ‘대사증후군’이라고 한다. ‘신드롬엑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음식맛을 볼 때 혀를 날름거리면 단맛밖에 느끼지 못한다. 단맛은 혀의 프런티어로서 맛이 좋다 그렇지 않다를 맨 처음 가늠한다. ‘달다’라는 건 혀의 끝부분이 단맛을 느낄 때(예. 초콜릿이 달다)뿐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최상의 상태에 이를(예. 잠을 달게 잤다) 때에도 쓰인다. 그리고 지은 죄마저도 즐겁게(예. 죄를 달게 받다) 한다. 단거에 꼬이는 것은 인간뿐이 아니다. 나비는 꿀을 찾고(꽃이 아니라), 개미는 과자 한 조각에 환장해 줄지어 늘어선다.

우리는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단거를 먹는다. 뇌세포와 신경세포는 혈당만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생활습관은 나쁜 사이클의 단추를 누르는 것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이것을 분해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그런데 단 음식일수록 당으로 빠르게 분해되고 혈당이 빠르게 높아진다. 그러면 인슐린이 과다분비되어 저혈당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단거를 더 먹게 되고, 또 먹게 되고, 보이면 또 먹게 된다. 그러니 식생활에서 단거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도 당연.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설탕 소비량은 1950년까지 100g(제일제당 40년사)이었지만 2000년에는 21.4kg(국제설탕기구 연감)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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