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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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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노래방과 ‘노래팡’의 정면대결!

등록 2005-09-1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세상에는 ‘큰형님’의 갑바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다. 큰형님들은 연애에 약하고, 무식한 탓에 학력 콤플렉스가 있으며, 우습지 않은 의리에 목숨 걸다 큰일에 낭패를 본다. 강남의 ‘큰형님’(빅브러더)이 해결 못하는 일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범죄율 낮추기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8월부터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72개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하루 24시간 내내 켜놓고 15명이 조를 짜 강남 골목골목을 이 잡듯 노려본 결과 한달에 122건이었던 5대 범죄 발생률이 올해 2월에는 123건으로 늘어나는 ‘쾌거’를 이뤄냈다. 정보인권활동가모임 등 8개 시민사회단체가 9월8일 오전 서울 강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안 웃긴다. 이제는 그만하라”고 자제를 당부했지만, 강남구는 “카메라와 감시원 수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피곤하신 우리의 큰형님, 24시간 동안 불침번 서시느라 고생도 많으시다. 잡범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잠시 쉬셔도 될 것 같은데, 혹시 생각이 어떠신지?

“세상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서울 중구에서 노래방을 경영하는 조(47)씨 아줌마는 울며 말했다. 음주가무계의 두 강자 ‘노래방’과 ‘노래팡’. 그들의 대결은 애초부터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몇해 전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로 유흥업소로 허가를 받은 단란주점이나 룸살롱들이 노래팡·노래밤·노래밖 등의 이름을 쓰면서 저가 공세에 뛰어든 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노래팡들은 싼 가격에 술과 도우미들을 과감하게 투입하며 급속히 세를 넓혀갔다. 허가 조건상 술을 팔 수 없는 노래방은 ‘1·4 후퇴’에 맞먹는 처절한 퇴각을 거듭했다. 이들은 몰래몰래 ‘캔맥주’를 팔아대다 지쳐 “캔맥주 판매를 허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노래팡에서는 “음주 판매를 강력히 단속하라”고 맞불 작전을 펴고 있다. 어느 한쪽을 편들 마음은 없지만, 시간 끝나면 10분씩 보너스 주는 집은 노래방밖에 없더라. 노래팡의 분발을 촉구한다.

거봐, 너희들 찔리는 거 있지. 지난해 고교등급제를 실시해 물의를 빚은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3개 대학이 최근 뽑힌 2006학년도 수시 1학기 합격자들의 출신 지역 분포 자료를 “못 내놓겠다”며 버티고 있다. 이들 대학은 지난해 10월 교육부의 감사 결과, 특수목적고나 강남 지역 고등학교를 우대하는 이른바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사실이 밝혀져 정부 지원금이 깎였음에도 “우리는 등급제를 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2005학년도 서울대 정시 합격자의 고교·지역별 분포를 보면, 강남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12% 정도였지만, 등급제를 실시한 연세·고려·이화여대의 1학기 수시모집에서 그들의 비율은 20~48%에 달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르게 마련이다. 고교등급제 안 했더니, 강남 학생들 합격 비율 왕창 떨어졌다고 솔직하게 말하시고, 광명을 찾으시라. 지난해까지 뻔히 공개하던 자료 숨기면서, 추저분하게 뭐하자는 플레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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