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1984년>은 전체사회의 위험성을 경고한 조지 오웰의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아이들은 사형 현장에 데려가지 않는 보호자를 들볶고 지도부는 개작된 역사를 가르치고 사상 경찰은 정신 상태를 점검한다. 시민은 어딜 가든 ‘빅브러더’ 손바닥 안이다. 7월19일 <가디언>은 오웰 자신이 1936년부터 12년간 ‘공산주의자 경향의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어 영국 경찰의 감시하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오웰은 ‘동료 공산주의자’의 명단을 넘김으로써 멍에를 벗을 수 있었다. 내부자는 국가권력보다 더 무서웠다. 그리고 고발자는 외부 감시 시선이 끈적였던 때보다 불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웰은 배신으로 감시의 눈길을 떨칠 수 있었던 1948년 그해 (가혹하게 말하자면) 피해망상 증세를 보이는 <1984년>을 발표했다. 피해자였던 오웰은 가해자가 되었고, 다시 피해자인가 된 듯했다. 오웰이 그린 1984년보다 8년 뒤인 1992년, 한국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가청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1992년의 감시망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작업 원칙을 무시한 내부자들이었다. 감시자들은 작업 시점으로부터 13년 뒤인 2005년 범죄를 자백하는 테이프를 쏟아냈다. 책임자는 스스로 배를 찔러 속죄양인 양했다. 그 속에 음성을 담은 파렴치범들은 자신이 피해자인 양했다. 이것은 권력자들끼리 주고받는 감시에 관한 농담으로 치자.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들은 테이프 발견이 여관 몰래 카메라 공개보다 무서울 게 없다. <1984년>에서 감시 권력의 주체는 국가 권력 하나였지만 이 권력은 서로서로를 감시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감시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005년 역시 상시화된 감시 ‘상부상조’가 있다. 신용카드 교통인식칩은 동선을 마크하고, 무인 카메라는 당신의 일상을 체크하고 있고, 휴대전화는 기지국과의 교신을 통해 있는 곳을 알려준다. 우리는 스스로를 무기로 만들어 서로를 공격한다. 손에 휴대전화를, 카메라를 들고. 그리고 자신의 사이트에 죄를 고백한다. 감시에 관해서라면 우리는 모두 가해자고 피해자고 확신범에 자백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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