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인턴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mintcandy99@naver.com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사이버 세상에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여름 재앙’을 알리는 경보다. 학기 중에는 뜸하다가 방학이 시작되면 각종 사이트와 게시판을 점령하는 ‘초딩’들은 누리꾼에게 이미 익숙한 ‘공공의 적’이 됐다.
“초딩의 시대가 도래하는 건가. 슬프도다 ”(사용자명: 방학이다), “초딩 방학이라면 여기도 초딩들이 오는 거 아닙니까? 덜덜덜”(〃환자), “초등학생 방학 철폐 및 주 7일제 수업을 실시하라!(〃비초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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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들의 특징은 ‘았념하췐요’(안녕하세요), ‘’(좋지 않다) 같은 외계어 구사와 순식간에 게시판을 도배하는 단체행동이다. 욕설로 어른과 맞장 뜨는 배짱까지 갖춘 초딩은 인터넷 최강자로 군림한다. 이런 초딩을 대하는 누리꾼의 태도는 “즐겁게 게임하기는 글렀다” “그냥 패버립시다” 같은 짜증 섞인 반응이다.
초딩이란 말은 초등학생에서 유래했지만, 인터넷상에서는 꼭 초등학생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젠 ‘네티켓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란 개념으로 확장됐다. 댓글 논쟁을 벌일 때 상대를 가장 빨리 제압할 수 있는 신무기로 “너 초딩 찌질이지”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초딩에 대한 누리꾼의 반감이 극에 달하다 보니 이젠 “초딩과 초등학생을 구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악플 도배, 해킹, 포르노 사이트 운영 등 명백한 악을 저지르는 일부 ‘무개념’ 초딩과 선량한 초등학생을 구분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이 경우도 어른들이 초딩을 대하는 기준은 단 두 가지뿐이다. 순진하거나, 사악하거나.
실제 초딩의 모습은 다양하다. ‘초딩 찌질이’도 있고, 시민기자도 있다. 초딩끼리의 외적 스펙트럼 못지않게 어린이 한명의 내면 세계도 결코 흑백은 아니다. 그런 그들을 어른의 잣대로 구분하는 것은 환상이거나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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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사이트에서 어른과 초딩 사이 댓글 전쟁이 붙었다. 한 어른이 “요즘 초딩들 포르노 보고… 우리 땐 이런 짓 안 했는데”라고 하자 당돌한 초딩이 “포르노 왜 보겠어요? 어른들이 만들었잖아요”라고 받아쳤다. 이후 댓글 전쟁은 욕설이 오갈 정도로 번졌다.
어쩌면 ‘초딩’은 어른들의 추악함대로 빚어진 괴물인지도 모른다. 이들을 미숙함과 가능성을 함께 지닌 평범한 아이로 돌려놓는 일은, 한때 초딩이었던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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