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어영 인턴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ha5090@dreamwiz.com
드라마 속에서 유려한 영어를 구사하는 탤런트들은 대부분 ‘토종’ 외국인이거나 국외동포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조연이면서도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헨리 킴은 혼혈인이다. 본명은 다니엘 헤니. 그의 어머니는 어릴 때 영국으로 입양됐다.
다니엘의 인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가고 있다. 얼굴을 내미는 시간이 짧으면 1분, 길어야 5분 정도인데도 다음날 “어제 다니엘이…” 하고 이야기의 소재로 떠오른다. 명품 ‘구치’ 모델 출신인 그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양인’이라는 찬사도 따라붙는다.
그런 인기 덕분인지 그의 ‘출생’에 시비를 거는 이들은 거의 없다. <아파트>의 윤수일, <밤이면 밤마다>의 인순이, 가깝게는 자신이 혼혈인임을 털어놓고 눈물을 펑펑 쏟았던 탤런트 이유진에게서 볼 수 있었던 그늘이 다니엘에게는 없다. 별별 짓궂은 사람들이 많은 인터넷에서도 다니엘에게 혼혈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튀기’ 딱지를 붙이는 누리꾼은 없다.
유난히 ‘다름’에 인색했던 우리 사회가 그사이 성숙한 것일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광고에는 또 한명의 혼혈인이 등장한다. “제 이름은 배기철입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를 뿐인데….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르다고 합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한 방향이다. “배기철씨 파이팅입니다. 인생극장에서 보고 울었습니다.”(네이버 아이디 lljjyyll) “어릴 때 혼혈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것 봤는데 참으로 외롭고 불쌍해 보였습니다.”(〃 thithuy88) 아픔을 공감하는 글이 많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공감이 아직 배씨의 일상을 바꾸지는 못한 듯하다. 배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혼혈인에 대해서만큼은 아직도 한국 사회는 꽉 막혔다”며 “성인이 된 지금도 평범한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혜성처럼 등장한 조각 같은 혼혈 연예인과 일상 속에서 낯설게 만나는 일반 혼혈인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같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태도가 ‘차별적’이라면 혼혈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은 ‘성숙’해졌다기보다는 ‘분화’한 건지도 모른다. 잘생긴, 돈 많은(혹은 있어 보이는), 버젓한 대학을 나온 혼혈과 그렇지 못한 혼혈. 비혼열인들에게 이미 익숙한 잣대가 혼혈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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