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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김우중은 유승준의 미래다

등록 2005-06-22 00:00 수정 2020-05-03 04:24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작가는 수난의 상징이다. 이번주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수난기였다. 1980년대 후반 초대형 베스트셀러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귀국한 뒤 구속됐다. 한때 호기롭게 세계경영을 외치던 회장님의 성성한 백발은 세월을 실감하게 했다. 조국을 등진 사나이들의 운명은 비슷하다. 김우중 회장님의 귀국을 보면서 유승준 오빠의 미래를 떠올렸다. 날마다 쏟아지는 기사 제목도 비슷하다. ‘공항에서 취재진과 시위대에 떠밀리듯 입국’ ‘외로워 견디기 힘들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 ’알고 보니 외국인’ ’국적회복 신청’…. 법정 구속만 빼면, 김우중은 유승준의 미래다. 김 회장님이 5년8개월을 떠돌다가 돌아왔으니, 유승준 오빠는 최소한 2년이 남았다. 회장님은 감옥에서 재기작을 쓰신단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후속편 <감옥은 좁고 할 일은 없다>. 믿거나 말거나.

90년대 초중반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괜히 분위기를 ‘업’시키려다가 공직에서 ‘다운’당할 뻔했다. 하필 6·15 공동선언 5주년 만찬장이 썰렁했단다. 혹시 “노래를 못하면~ 청장을 못해요~ 아~ 미운~ 사람~”. 누가 옆구리를 찔렀나? 하여튼 유 청장이 나섰다. 90년대 말 북한 답사를 한 죄였다. DJ는 김수학 북조선 보건상이 맡았다. 그의 선곡은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 제목 좋다. 남북화합에 딱 맞다. 그런데 그 노래 하필이면 한국전쟁 때 북한 스파이의 활약을 다룬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곡이었다. 그래? 가사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만이 중요하다. 아니 가사에 교훈이 담겨 있다. “남 모르는 들가에/ 남 모르게 피는 꽃/ 그대는 아시는 가/ 이름 없는 꽃.” 아뿔싸, “남 모르는 들가에”서만 불러야 하는 노래였던 것이다. 덕분에 유 청장은 ‘기쁨조’의 영예를 안았다. 북한이 아니라 남한의 한나라당이 붙여준 호칭이다. 한나라당이 꼽은 역대 남한 기쁨조…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튼 유 청장은 노래 한곡 잘못 뽑았다가 사죄를 해야 했다. 그는 “간첩찬가”를 부른 죄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참, 유홍준의 다음 저작은 <나의 북한노래 답사기>란다.

70년대가 영자의 전성시대, 80년대가 순자의 전성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삼순이의 전성시대다. 삼순이의 전성시대는 문화방송이 주도하고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 그리고 문화방송 사장 최문순. 모두 ‘순’자 돌림이다. 그런데 최근 ‘순’자 돌림의 유행이 최 사장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다. 당초 문화방송 내 반란설도 있었으나 삼순이들의 드높은 시청률에 설설 기고 있다는 설이다. 한편 한국방송의 일부 노조원들은 정연주 사장의 이름이 너무 세련돼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주’자 돌림으로 주인공 이름을 지으려다 실패한 일부 드라마 PD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다고 한다. 아예 이참에 ‘순’자에 맞장 뜰 ‘자’자 돌림의 사장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음모설이 나오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은 이에 맞서 <굳세어라 연주야>를 긴급 편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참, 안방극장에 이어 스크린도 ‘촌년’들이 장악한다. 이영애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씨로 자금을 모으시고, 이명세 감독의 <형사>에서는 하지원은 남순이로 남자들을 녹인다. 앗, <안녕, 프란체스카>의 ‘불친절한 금자씨’, 안성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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