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그곳이 수습기자들의 필수 코스가 된 것은 지난 1998년 한 일간지 기사가 계기가 됐다. 입사 1년차의 신출내기 기자가 신분을 숨기고 3박4일 동안 노숙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체험기가 다른 매체들을 자극한 것이다. 노숙자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해 호평을 받은 그 기자는 그해 연말 큰 상을 받았다. 그가 수상소감과 함께 밝힌 취재의 어려움은 단순한 데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였다.”
올 봄이 더디게 찾아올 것이라는 소식에 노숙자들의 주름이 더욱 깊게 패었다. 늦은 밤 서울역에 모인 노숙자들은 밤새도록 추위 걱정을 하면서 날을 지새운다. 이들에겐 지난 1월 경찰과 충돌이 있은 뒤 더욱 싸늘해진 시민들의 시선보다 막바지 추위가 더 무섭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음주는 때때로 폭음이 돼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서울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일간지 수습기자가 노숙자 취재를 위해 한밤중에 이곳에 들렀다. 노숙자들을 직접 대면해본 적이 없는 그는 묘한 공포감을 느꼈다. 그때 험상궂게 생긴 한 젊은 ‘노숙자’가 그의 노트북 가방끈을 잡아당겼다. “수습기자요?” “네? 네….” “어딘데요?” 기자는 이 ‘노숙자’가 자신의 노트북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저… ○○일본데요?” 기자는 대답과 동시에 줄행랑을 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노숙자’는 잔뜩 겁먹은 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사나 하죠. 저는 △△일보 수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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