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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 네티즌을 유혹하라

등록 2005-0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넷심을 잡아라. 그렇치 않으면 재집권은 또 물건너간다.”
2007년 대선 승리를 꿈꾸는 한나라당의 지상과제는 ‘디지털 정당화’다. ‘수구기득권당’ ‘차떼기당’ 등 낡고 부정적인 당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디지털 정당’만큼 세련된 간판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3, 4일 의원 연찬회에서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대선 승리를 위해 ‘디지털 정당화’를 당의 3대 기본 방향의 하나로 지목했다.
인터넷 세상에서 한나라당은 원내 121석으로 대한민국을 호령하는 제1야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정당별 웹사이트 현황을 보면 한나라당 홈페이지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7577명 수준이다(열린우리당 1만8269명, 민주노동당 1만4537명).
정치 성향별 주요 인터넷 사이트의 방문자 현황을 보면 결과는 더 참담하다. <좋은나라닷컴> <짱노> <프리존> 등 한나라당 지지 성향 인터넷 사이트의 하루 방문자 수는 모두 합해 4744명 수준이다(랭키닷컴 2005년 1월 기준). 반면 <서프라이즈> <노하우21> <미디어몹> 등 열린우리당 지지 성향 사이트는 17만3770명을 웃돈다. 숫자로만 보면 한나라당의 인터넷 경쟁력은 열린우리당과 비교해 1 대 38 수준에 불과하다.
넷심을 붙잡기 위한 한나라당의 노력은 눈물겹다. 지난해 연말에는 ‘4대 국민분열법 바로알기 네티즌운동’ 선포식을 갖고 대대적인 사이버 홍보전을 벌였다. 최근에는 여의도연구소가 홈페이지를 통해 우수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상금을 주겠다며 ‘정책거래소’ - ‘굿 아이디어(good idea)’를 개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이중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연찬회에서 종이신문들과 달리 일부 인터넷 매체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인터넷 홀대’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연찬회에 앞서 “당에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언론사는 취재 협조가 곤란하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 때문에 평소 한나라당에 비판적이었던 <오마이뉴스> <데일리 서프라이즈> <미디어오늘> <민중의 소리> 등은 연찬회 취재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인터넷 매체들은 “4대 법안 처리 등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온라인과 네티즌을 강조하면서 정작 인터넷 언론에 대해 취재를 거부하는 것은 네티즌을 동원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발은 누리꾼 사이에서 증폭됐다.
“디지털 시대에 아직도 아날로그적인 사고만 하는 시대착오적 집단”(네이버 ‘taiji426’), “아날로그 언론도 통제하던 ‘꼴통’들이 디지털을 이해할 리 없지.”(네이버 ‘ghost_whale’).
“인터넷 매체에 대한 알레르기와 거부반응, 졸렬한 행동이 ‘수구꼴통’ ‘기회주의’ ‘보수정당’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자승자박의 장애물이다”(미디어오늘 ‘국회출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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