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록/ 한겨레21 편집장 peace@hani.co.kr
간혹 있는 일이지만 한 개인의 별것 아닌 것 같은 사소한 언행이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때가 있다.
문화방송의 대표적 시사교양 프로인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에 소속된 이상호 기자의 ‘고백’이 또 하나의 그런 사례를 남겼다. 언론계를 강타한 이 사건은 기자 세계에서 좌우명처럼 전해 내려오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취재원과는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 해서도 안 된다”는 언론계 규율을 무시한 채, 해당 프로그램에서 고발까지 했던 기업으로부터 호화스런 접대와 함께 구치 핸드백을 선물받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핸드백을 돌려준 이 기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양심선언’을 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아직도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은 언론계의 접대 및 촌지 문화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창간 초기 보건복지부 기자실 촌지 수수 사건을 보도함으로써 최초로 언론계 자정운동을 선도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 기자의 고백에 대해 문화방송은 물론 언론계 안팎에서 이런저런 엇갈린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중견 기자인 그 또한 고뇌 끝에 고백을 하게 됐을 것이고, 그의 고백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언론계 악습을 제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 사회에 ‘소금’이 되기에 충분한 고백이 있는가 하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저질 발언도 있어 당황스럽다.
개신교 감리교단의 최대 교회인 서울 금란교회 김홍도 담임목사가 최근 예배에서 한 설교가 그것이다. 그는 한 지인에게서 들었다는 것을 전제로 “남아시아 지진 해일로 수십만명이 사망한 것은 피해 지역에서 모슬렘과 불교도 등에 의해 크리스천들이 학살을 당해 하나님이 심판한 것”이라는 내용의 설교를 했다고 한다. 김 목사는 또 설교를 통해 “전 같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선고를 받거나 무기징역형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 우리나라를 공산화시키려고 하고 있고, 공산화되면 북한과 같이 1년에 100만명씩 굶어죽고 크리스천들은 죽거나 감옥에 가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교회 공금 유용 혐의로 물의를 빚는 등 이런저런 일로 입길에 오르내린 그여서 애써 무시하려 했으나 해도 너무한다 싶어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지진해일 피해에 이어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까지 창궐해 수많은 생명이 위협을 느끼고 있는 남아시아 주민과 정부 당국을 겨냥해 ‘하나님의 심판’ 운운하다니 민망하다 못해 고개조차 들 수가 없다. 국제적인 망신을 사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때 이라크 전쟁터를 누비며 선교활동에 나서기도 했던 한국 기독교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또한 그가 지난해부터 대형 교회들과 연대해 적극 참여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법안 반대운동의 명분이 공산화 저지와 크리스천 보호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이어서 착잡하기 짝이 없다.
‘칼에는 두개의 날, 사람의 입에는 백개의 날’이라는 베트남 속담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고백’과 우리 사회의 수준을 폄하하는 ‘설교’를 각각 접하면서 말이란 참으로 무서운 무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개인은 물론 조직과 사회, 더 나아가 역사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의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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