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문학비평가
개혁과 변화를 저지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보면, 개혁에 대한 광범위한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야말로 개혁을 좌초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일 것이다. 이와 연관하여, 최근의 문화방송 시사비평 프로그램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하 사실은)을 둘러싼 사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접하면서, 개혁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간 존재론과 그 복잡다단한 욕망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은> 파문, 개혁을 훼손하는가
궁극적으로 이번 추문은 비판과 개혁의 목소리에도 조금씩 섞여들어 있는 관행이라는 이름의 불건강한 욕망의 메커니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유도한다. 1월13일 사건 관련자들은 문화방송쪽에서 공식적인 징계를 받았으며, 프로그램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사건을 두고 인터넷에서는 음모론에서부터 개혁세력 자질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견해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실은’에서 신랄하게 비판받았던 몇몇 언론들은 ‘너 잘 걸렸다’는 심보로,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사실은’을 집중적으로 때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개혁과 진보세력에 대한 환멸’로 통칭될 수 있는, 가령 “개혁한다는 자식들, 다 똑같은 놈들 아닌가?” 식의 정서가 더욱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시대를 일러 개혁이 조롱받는 ‘환멸의 시대’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일단 이번 사안의 경우 문제가 된 당사자들에게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성역 없는 비판을 모토로 내세운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을 건 진행자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은 그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과는 별도로, 개혁에 대한 환멸을 조장하고 허무주의를 전파하는 일련의 태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미디어 비평의 존재 의미와 진행자 몇몇의 일탈을 분리하지 않는 태도나 정작 로비를 주도한 집단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생략하는 것, 내부고발자를 폄하하는 태도 등은 결코 순수한 맥락에서 수용될 수 없다.
이 ‘환멸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서 이번 사건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워야 할까? 무엇보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좀더 깊은 탐색과 성찰이 요청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무리 예리하고 소신 있는 비판을 하는 사람도 그 비판의 원칙을 자기 자신에게 냉엄하게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또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학연을 비롯한 인맥 문화가 얼마나 깊이 뿌리내려 있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시대에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들은 자신들의 과오가 한순간 개혁에 대한 환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개혁과 진보를 표방하는 주체가 자신의 발밑까지 면밀하게 조회해보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 개혁은 필경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사실을 환기시켜주었다.
이전에는 관행으로 통용되었던 대부분의 비공식적 로비 문화는 이제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이 변화된 시대의 맥락을 누구보다도 개혁 주체들이 뼈저리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자각이 부족했던 것이 바로 비판적 지식인과 참여정권의 위기를 가져온 중대한 요인이 아닐까.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커다란 논란이 야기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조짐과 다름없다. 역설적인 의미에서 나는 이번 사건을 포함한 ‘사실은’의 존재가 한국 사회가 인맥의 장막과 불건강한 로비 문화에서 벗어나는 소중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것은 개혁에 대한 환멸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제 ‘사실은’을 질타한 잣대는 조만간 부메랑이 되어, 그 질타의 모든 주체들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그 부메랑에서 떳떳할 수 있을 때, 개혁은 가능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사실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실은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당파적인 포즈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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