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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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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공간] 겨울, 모기는 살아 있다

등록 2004-11-05 00:00 수정 2020-05-03 04:23

▣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기온이 내려가면 나뭇잎은 엽록소가 많이 파괴되어 녹색이 줄어들고 황색·주황색·붉은색 색소가 드러난다. 우리가 가을에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까닭은 엽록소의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때를 맞추는 것이 자연스러움이자 아름다움인 것이다. 그런데 가을이 되어도 죽지 않고 오히려 더욱 극성을 부리는 존재가 있다.

11월이 시작된 요즘도 여전히 모기에 시달리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문을 꽁꽁 닫아두어도 어디선가 나타나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여름 모기보다 훨씬 힘을 뺀 채 느릿하게 날아다니지만 얕잡아볼 수 없다. 예전엔 아파트 5층 정도 되면 모기가 없다고 했지만, 요즘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람에 묻어 들어온다. 행동이 느린 만큼 더 영악해진 것인지 형광등 뒤쪽 같은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때가 되면 공격에 나서기도 한다.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는 것이 마치 쿨한 척하는 바람둥이처럼 얄밉다.

파리목 장각아목 모깃과에 속하는 모기는 세계적으론 2700여종, 우리나라엔 50여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유충인 장구벌레는 하수구나 웅덩이, 방화용수 등에서 썩은 물질을 먹고 살며 어른 모기가 되기까지 2주 정도 걸린다. 사람을 무는 건 모두 암컷인데, 이는 수정란이 성숙하는 데 혈액 속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충이 되면 약 한달 동안 생존하며 한 마리당 4~5회 정도 흡혈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부분의 모기는 어른 모기의 상태로 축사·동굴·방공호·시궁창 근처 등에서 월동한다.

옛날에는 찬바람이 불면 알아서 물러갔던 모기가 겨울에도 날아다니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가 가장 큰 이유다. 기온의 온난화는 모기들의 수명은 길게, 번식은 더 빠르게, 먹이를 더 쉽게 구하도록 만든다.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의 생육기간을 단축시켜 결과적으로 개체수 증가를 가져오는 것이다. 특히 올여름은 유난히 온도가 높았기 때문에 겨울 모기도 그만큼 번성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 지구환경과 조한진 사무관은 “겨울 모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의 한 가지 현상”이라며 “기상이변·농업변화 등에서 나타나는 포괄적인 현상에 대해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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