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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공간] 대학은 강북을 차별했을까

등록 2004-10-08 00:00 수정 2020-05-03 04:23

▣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강북에 있어도 강북 사람이 가기 힘든 곳은?
유력한 답들이 여럿이겠으나, 최근 국민들의 감정선을 건드린 이슈 한 가지와 연관시켜보자. 답은 대학이다. 한달 전 연세대가 올 1학기 수시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터져나왔던 논란이 이번엔 국회에서 불붙고 있다.
정봉주 의원(열린우리당)은 서울의 강남 5곳, 강북 10곳의 학교들을 표본조사한 결과 사립대학 9곳의 올 1학기 수시 전형에서 강남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의 합격률이 14.5%, 강북 지역이 7.7%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전교조가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을 제기했던 연세대는 29.7%(강남), 10.4%(강북)로 3배에 이르렀고, 이화여대는 각각 31%(강남), 1.45%(강북)로 21배나 차이났다.

다른 의원들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맹렬하게 추궁하고 있다. “전교조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차 수시모집에 강남권이 비강남권보다 합격률이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 이상 높다.”(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 “고교등급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주호성 의원·한나라당)

고교등급제 문제가 불거진 즉시 교육부가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높다. 8월 말 “고등학교간 학력 격차를 입시에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는 고려대 어윤대 총장의 ‘폭탄발언’이 나왔고, 입시담당자도 “2001년부터 학원 등을 통해 수능 10% 이내 학생 수 같은 자료를 확보해 고교 추천 전형에 적용했다”는 ‘자백’이 잇따랐다. 이후엔 학교간 학력 격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01년 초·중·고교생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돼 평준화 보완 논란이 이어졌다.

“문제가 커지니 손대지 않겠다”던 교육부는 지난달 말 고대·연대·이대·서강대·한양대·성균관대 6곳의 입학 실태를 조사했고, 이 중 고대·연대·이대는 추가 조사를 벌여 발표를 앞둔 상황이다. 이화여대 입시 관계자는 “의원들이 여러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발표를 하고 있는데 표본조사의 경우 표본에 대표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총체적인 실사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대학은 강남·강북을 차별했을까? 교육부 발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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