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지난 6월11일 문화관광부의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제도) 일수 축소 검토’ 방침이 알려지면서 영화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이 싱가포르, 칠레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 ‘문화적 예외 폐지’를 전제조건으로 달면서 사태는 이미 예견됐었다. 그럼에도 ‘동업자 의식’을 가졌던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총대를 메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전방위적 압력이 청와대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영화감독 출신의 이 장관이 ‘고뇌에 찬 결단’를 내린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창동 너마저…”라는 한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한-미 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대책회의’를 이틀 앞둔 14일 서울 남산에 있는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실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정부 방침이 알려진 뒤 6명의 상근자는 영화인대책회의의 ‘병참기지’로서 소임을 다하려고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영화계가 집단 이기주의 세력으로 매도하는 논리의 허구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처장은 “한국영화 몇편이 대박을 터트렸다고 ‘봄날’이 온 것은 아니다. 사고 다발 지역에 신호등을 설치한 뒤 사고가 줄었다고 신호등을 없앨 수는 없다. 정부가 ‘국익’을 거론하는데 영화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 어디에 있는가. 정부는 지금 40억달러 투자유치라는 환상에 놀아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스크린쿼터는 한국영화 보호막 구실을 했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는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국내 진출을 계기로 1993년에 영화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스크린쿼터 감시단’을 뿌리로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스크린쿼터가 스태프의 배를 채워주지도 못하고 자유경쟁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의 입장은 명확하다. “스크린쿼터가 하루 축소되면 327억원의 손실을 입는다. 그만큼 미국적 생활방식이 일상에 파고들 것이다.” ‘정권에 보낸 친구를 기다리는’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실, 지금 그곳에는 이 장관의 ‘악역을 맡은 슬픔’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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