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2004년 봄, 대한민국에서 드디어 ‘반란’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반만년 역사에 면면히 흘러온 ‘고전적’인 그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반란의 진원지는 서울시 강남구다. 연봉 1억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의 절반이 살고, 평균 금융자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4배 이상 많다는 ‘특별구역’이다. 반란의 내용도 약간은 낯부끄럽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고스란히 뒤집고 있다.

지난 5월3일, 서울 강남구의회는 ‘재산세율 50% 인하’ 조례안을 의원 26명 만장일치로 전격 통과시켰다. 애초 정부가 재산세율 인하의 최대치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30%였다. 강남구의 ‘맞장뜨기’는 올해 재산세 과표산정 방식이 면적 기준에서 국세청 기준시가로 바뀌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최근 몇년간 강남의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재산세도 4~5배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주민의 불만이 고조됐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손대기를 꺼리는 강남구청 대신 결국 강남구의회 의원들이 ‘총대’를 멨다.
‘뒤통수를 맞은’ 서울시는 지난 7일 강남구의회쪽에 재의를 요청했다. 강남구의회는 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열흘 안에 다시 결론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강남구의회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진다. 한 구의원은 “구의회에서 한번 결정된 안을 쉽게 바꿀 수 있겠는가. 우리도 인하 폭을 좀 줄이고 싶은데, 그러면 동네에서 금방 소문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강남구에서 촉발된 ‘재산봉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까. 강남구와 함께 집값 비싸기로 소문난 몇몇 동네는 강남구의회를 주시하며 몸낮추기에 들어갔다. 강남구가 외로운 특별구역으로 남을 것인지, ‘대한민국 1%’의 계급반란을 주도할 것인지 구의회의 행보에 온 국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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