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지난 4월18일 프로야구 두산-삼성전이 열린 대구구장. 이날도 삼성 박종호의 연속안타 행진에 관심이 쏠렸다. 앞선 세 차례의 타석에서 사사구와 범타로 물러난 박종호가 7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을 때 관중석은 술렁거렸다. 연속안타 신기록이 멈출 수도 있었기 때문. 박종호는 두산 투수 게리 레스의 4구째를 받아쳤다. ‘플라이 아웃’성 타구에 관중들은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그런데 순식간에 공중볼은 좌익수 앞 안타로 처리됐다.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안타 세계최고 기록(1941)에 한걸음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신기록을 저지하고 싶었던 레스는 안타를 ‘맞은 것’에 기분이 심하게 상했는지 글러브를 내팽개쳤다. 하늘이 누구 편인지는 몰라도 “무리하게 달려들려다가 공을 빠뜨릴 수도 있어 안타로 처리했다”는 상대 수비수만큼은 박종호 편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박종호는 “행운의 안타로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수비수의 판단은 야구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상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록 봐주기’설을 일축했다.
박종호는 지난해 8월29일 수원 두산전부터 연속안타 행진을 이어왔다. 당시 박종호는 현대 소속으로 안타를 친 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올해 삼성으로 이적해 연속안타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 13일 롯데 박정태의 한국기록(32경기·1999)을 깨뜨린 데 이어 15일에는 일본 프로야구 다카하시 요시히코(히로시마 카프)가 1979년에 세운 아시아 최다 기록(33 경기)마저 갈아치웠다.
현재 박종호의 37경기 연속안타 기록은 메이저리그에서 9위에 해당한다. 만일 기록을 이어가면 오는 5월12일 대구 한화전에서 조 디마지오를 넘어서는 57경기 연속안타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지난해까지 11년간 통산 타율이 0.272인 박종호는 연속안타 기록을 이어가는 동안 153타수 60안타로 0.392를 기록했다. 스위치 타자로서 안타의 4분의 3을 왼쪽 타석에서 때려냈다. 기록의 숨은 공로자는 37경기에서 15개의 사사구만 내준 상대 투수들인지도 모른다. 박종호의 연속안타 아시아 신기록에 찜찜한 구석도 없지 않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에서는 한 시즌 연속경기를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 식대로 기록을 만들어가면 그만이다. 한국 야구사를 빛낼 박종호의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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