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찬/ 기자 pjc@news.hani.co.kr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 게시글 삭제, 패러디 작가 제재 등으로 사사건건 네티즌과 마찰을 빚더니 한 포털사이트의 배경화면 색깔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문제 삼아 네티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선관위는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부터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이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삭제를 요구해 네티즌들의 반발을 샀다. 또 네티즌들은 하얀쪽배, 권세일씨, 라이브이즈닷컴 등 ‘유명짜’ 인터넷 시사 패러디 작가를 잇달아 선거법 위반으로 제재하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선관위를 무차별 공격했다.
이같은 선관위와 네티즌간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 4월7일 선관위가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프리챌(www.freechal.com)의 총선 페이지에 제재를 가하자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선관위는 프리챌 총선 페이지가 바탕이 노란색인데다 카피 문구에 ‘우리’라는 말이 포함돼 있어 열린우리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시정 조치를 내렸다.
다음 게시판의 네티즌 ‘노빠, 유빠’는 “우리 동네 유치원 애들을 전부 체포하라! 단체로 노란 옷을 입고 다닌다”고 비꼬았다. 또 같은 게시판에서 아이디 ‘안산선비’는 “우리당 선거운동 하는 전국의 개나리꽃을 모두 뽑아버리라”라며 선관위의 황당한 조처를 맹비난했다.
아이디 ‘토한민당격문’는 “선관위 사이트에 들어가니 온통 파란 색깔과 글씨가 나오는 화면 앞에 1자가 부각됐다”며 “특정 정당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선관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자”고 주장했다.
선관위를 비난하는 인터넷 패러디물도 줄을 이었다. 아이디 ‘게골수’라는 작가는 ‘중앙선관위 홍보대사 장나라와 비 그들의 토크’라는 패러디물에서 “선관위가 되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색깔논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골수’는 이 패러디물에서 “장나라가 ‘노란 꽃이 피는 작고 예쁜 화분이 자꾸 말랐다’고 말한 것은 열린우리당을 겨냥한 것이고, 비가 ‘올바른 나라를 만들자’고 한 것이 ‘한나라’냐”며 교묘히 비틀었다.
게골수는 또 ‘선관위 분석 리포트’라는 작품에서 “선관위 홍보물을 보면 한나라당이 생각난다”며 “선관위는 한나라당을 연상시킬 수 있는 홍보문구를 즉각 시정하라”고 주장했다.
선관위 행태를 풍자한 패러디 기사도 네티즌들의 배꼽을 쥐게 한다. 아이디 ‘사도 바오로’라는 네티즌이 작성한 이 기사는 “코딱지를 후벼도, 방귀를 뀌어도 모든 것은 원인이 되어 선거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라며 “이것도 선거법 위반이냐”고 캐물었다. 또 “친구가 나에게 ‘싸대기’를 날리겠다는 농담을 했는데, 이것도 모 국회의원을 비하해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발언이라고 충고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선관위의 경직된 잣대를 비판했다.
다음카페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에서 아이디 ‘하늘의 뜻’은 “인터넷 시대에 적응 못하는 선관위와 선거법을 이번 총선에서 확실히 바꿔버리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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