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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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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풀 베느라 “악!”…농사꾼 동지들과 굴려보고 싶은 것은

인천 계양편
햄스트링 통증은 열심히 일한 증거…즉각적이고 확실한 효과 폼롤러 강력 추천
등록 2025-07-24 22:12 수정 2025-07-26 18:23
꿀벌을 위해 심은 밀원식물 리아트리스가 화사하게 꽃을 피웠다.

꿀벌을 위해 심은 밀원식물 리아트리스가 화사하게 꽃을 피웠다.


매일 밤 “악!”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깬다. 또 종아리에 쥐가 났다. 텃밭 농사를 시작한 뒤로 매년 여름마다 아킬레스건부터 종아리를 타고 햄스트링까지 이어지는 다리 뒤쪽에 통증이 심해진다. 무심히 방치하다 한밤중 쥐의 매운맛을 보고 나서 알게 된다. 아, 올해도 풀을 열심히 베어줬구나.

처음 10분 정도는 의식적으로 엉덩이의자에 앉고 이동할 때는 스쾃 자세로 움직인다. 하지만 풀 베는 행위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엉덩이의자는 골반에서 장식처럼 덜렁거리고, 오른쪽 발목을 꺾고 온몸을 오른쪽 발목과 종아리에 기댄 채 작업하고 있다. 그래서 여름엔 꼭 오른쪽 다리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얼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마다 습관이나 기르는 작물이나 밭의 특징 때문에 자주 취하는 자세도 제각각이다. 손작업을 좋아하는 나는 낫질을 많이 하지만 앞에 적은 이유로 손목보다 오른쪽 발목을 많이 혹사한다. 반면에 예초기를 돌리거나 지지대를 박거나 크게 힘을 쓸 일 많은 남편은 역시 어깨와 허리에 가장 먼저 무리가 온다.

그래도 올해는 통증이 조금 늦게 찾아왔다. 최근 다시 요가 수련을 시작한 덕분이다. 나는 근력도 함께 키울 수 있는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고 있는데, 활자세(우르드바 다누라사나)를 하면 온몸이 쫙 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또래 여성 농민 중에는 요가를 수련하는 친구가 많다.

그중 한 명인 종합재미농장의 정화는 늘 말한다. “우리처럼 몸을 쪼그리는 동작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요가를 꼭 해줘야 해. 몸을 반대로 펴야 균형이 맞춰지거든.” 등을 많이 굽혔으니 반대로 젖히는 ‘후굴’ 동작을 하며 목부터 배까지 앞쪽을 쭉 펴고 나면 밭에서 동료 농민들과 간단한 스트레칭이라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 지금 어깨 아프지? 숨 쉬면서 어깨를 뒤로 돌려서 내려봐” 이렇게.

하지만 사실, 농민들에게 요가보다 더 권하고 싶은 건 바로 폼롤러다. 물론 둘 다 하면 좋겠지만 폼롤러만큼은 오지랖을 부려서라도 모든 농민에게 권하고 싶다. 나도 처음에는 그저 아픈 부위에 대고 굴리면 시원해지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겨울 무리하게 요가를 하다 허리를 다치고 나서야 엄청난 근막 마사지의 효능을 알게 됐다. 그때 접한 운동이 폼롤러와 마사지볼을 이용해 스스로 근막을 이완하는 운동인 ‘바디스킬릴리즈’인데, 이걸 한 뒤로 몸이 많이 회복돼 어느덧 8개월째 매일 하고 있다. 알고 보니 폼롤러는 그냥 굴리거나 문지르는 게 아니었다! 셀프마사지에도 순서가 있고 부위에 따라 방식도 다르다.

요가는 조금씩 좋아지지만, 폼롤러를 이용한 운동은 내가 경험해본 운동 중에 가장 즉각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자랑한다. 농사로 뭉친 몸에 폼롤러를 대고 제대로 굴려주면 묵은 통증이 스르르 풀리는 짜릿함이 있다. 그 덕분일까. 올해는 한의원 한번 안 가고도 벌써 여름의 절반을 보냈다. 폼롤러 마사지를 할 때마다 남편은 웃으며 말한다. “기본소득보다 기본 폼롤러를 제공해야 해. 병원에 덜 가니까 의료보험 재정도 아낄 수 있을걸?”

나는 가끔 상상한다. 친한 농민이 있는 동네에 놀러 가면 “허리, 무릎 아픈 분들 모두 마을회관에 폼롤러 들고나오세요!” 마을 방송을 하는 거다. 서로 평소 농사지으며 어떤 자세를 많이 하는지 이야기하고 그에 맞춰 폼롤러를 굴리는 시간. 먹거리로 남의 몸 돌보느라 제 몸 건사 못해온 농사꾼 동지들과 한바탕 굴려보고 싶다.

 

글·사진 이아롬 프리랜서 기자

*농사꾼들: 농사를 크게 작게 지으면서 생기는 일을 들려주는 칼럼입니다. 지역이 다른 세 명의 필자가 돌아가며 매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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