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평창 진부농협 앞에 트랙터가 전시돼 있다. 저렇게 늠름한 트랙터 한 대 있으면 걱정이 없겠다.
계획은 완벽했다. 2주 전, 4월 마지막 주말에 옥수수 파종을 위한 밑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금요일엔 비료 살포기를 장착한 이장님의 트럭을 빌려 밭에 유박(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비료)을 치고, 그다음 주중에 아랫집 어르신 시간 나실 때 트랙터로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어달라고 할 참이었다.
그런데 계획했던 주말에 비 소식이 잡혔다. 한 주 연기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일찍 강원도 진부에 내려갔다. 그런데 이장님 트럭이 고장나 공장에 들어가 있단다. 토요일 아침 찾을 수 있다고 해서 우선 비료를 사두고, 금요일 밤을 보냈다. 다음날, 오후로 예정돼 있던 비가 아침부터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모든 일을 마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장님 트럭의 부품이 도착하지 않아 출고가 안 됐단다.
옆 밭엔 아랫집 어르신 부부가 일찍부터 트랙터로 감자 심을 이랑을 만들고 계셨다. “이제 밭 가세요?” 알은체를 했더니 “우리 트랙터가 고장이 났드랬어요. 열흘을 입원해 있다가 어제 찾아왔어.” 농사철이 되니 기계도 일하기 싫은지 이집 저집 트랙터고 관리기고 고장이 나서 농기계 수리점이 만원이란다. 아랫집은 급한 대로 남의 트랙터를 빌려 짬짬이 밭 정리를 하긴 했지만 워낙 여기저기 밭이 많은 댁이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일해야 해서 우리 밭은 언제 갈아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단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일단 풀부터 좀 잡아놔. 풀이 너무 많이 올라왔어. 이대로 두면 다음 주엔 기계에 휘감겨서 밭 갈 수도 없어” 하신다. 남편은 부랴부랴 농약 통을 메고 제초제를 약하게 타서 오전 내내 밭에 뿌렸다.
계획이 수정됐다. 이장님이 주중에 트럭을 찾아오면 직접 와서 비료를 뿌려주시겠단다. 비료를 친 다음 아랫집 어르신이 시간이 나면 트랙터로 밭을 갈고 이랑을 내주는, 매우 빡빡하고 모든 일이 착착 들어맞아야 가능한 스케줄을 짰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수요일,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다. 우리 밭 작업 소식은 아직 없다. 기계가 없어 큰 작업을 모두 ‘아웃소싱’해야 하는 원격 농사꾼의 마음은 오늘도 타들어간다.
동네 사람들이 우스개로 했던 말이 떠오른다. “도시 사람들 와서 땅 한 천 평 사놓고, 처음엔 호미 들고 일하다 관리기 사고 트랙터 사고 그런다니. 땅이 크든 작든 일할라믄 그렇게 되는 거여.” 아닌 게 아니라 우리도 트랙터 가격을 알아보다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싸고 좋은 기계는 없다고, 쓸 만한 트랙터는 수천만원대였다. 면마다 트랙터나 관리기를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농기계 임대사업소도 있다. 그런데 내가 필요한 딱 그 날짜에 빌리기 어렵고, 관리기의 경우 트럭이 있어야 실어올 수 있어 트럭부터 빌려야 한다.
비는 오늘 오후 들어 그쳤고, 목요일에 비료를 치고 금요일에 밭을 갈면 토요일엔 심을 수 있겠다. 계획은 점점 불가능한 작전을 향해 가지만, 안 되면 또 어따랴. 수정할 수밖에. 계획(수정), 계획(최종), 계획(최최종), 계획(진짜 이게 최종일까)….
글·사진 김송은 송송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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