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계획된 공항들은 경제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공항들은 활성화가 절정에 이르는 때를 2055~2065년으로 잡는데, 이 시기는 인류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만 기후위기를 겨우 해소할 것으로 과학적으로 계산된 시점이다. 탄소중립은 배출량과 흡수량이 상쇄돼 더 이상 지구 대기상의 온실가스가 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계획된 신공항 가운데 가덕도, 제주2, 새만금 세 곳의 전략환경평가서를 <한겨레21>이 검토해보니, 이들 공항만으로도 해마다 100만tCO₂eq(이산화탄소환산톤)이 훌쩍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웬만한 건축물의 배출량이 수만t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기후위기 시대에, 경제성마저 불확실한 온실가스 다배출 시설을 늘리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3월 공개된 가덕도 신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총사업비 13조7589억원을 들여 2029년까지 지어질 계획이다. 2065년 시점에 연간 국제여객 2336만 명, 화물 28만6천t, 운항횟수 20만2천 회를 목표로 한다. 코로나19 이전 국내 1위이자 세계 5위(국제여객운송 기준)인 인천국제공항의 여객 수가 7058만 명이었다. 여객 수 2336만 명이면 현존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인천-제주-김포에 이은 4위 규모다.
가덕도 신공항의 항공기 운항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55만982t으로 계산됐다. 이는 항공기가 이륙, 상승, 하강, 착륙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이때 평균기종은 850㎏, 노후기종은 1천㎏의 항공유를 쓴다고 보고 계산한 결과다.
공항을 오가는 차량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교통량이 최대가 되는 시점인 2055년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이때 가덕도 신공항의 발생교통량은 승용차 3만6787대, 승합차(버스) 2041대, 화물차 5008대(소형) 등으로 매일 4만7318대가 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차량이 소비한 연료량을, 하루 교통량에다 공항 진입을 위한 도로의 길이를 곱하고 평균연비로 나눠 따졌다. 이렇게 계산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만2758t이다. 가덕도 신공항에서만 항공기와 차량이 모두 57만3740t을 해마다 배출하게 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서울시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서울대가 10만4645t,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각각 7만1468t, 6만9천t이었다. 롯데월드가 6만1979t, 한양대가 3만937t, 호텔신라가 2만1800t 등이다. 공항 하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이 이들 시설을 다 합한 것보다 많다.
문제는 이마저도 과소 예측됐다는 것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의 공항탄소인증제 레벨 3+ 인증을 받은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해마다 직간접 배출량을 공개하는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47만5162t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68만3506t이고, 승객이 공항을 오가는 과정(차량과 공항철도)에서 배출하는 양이 37만379t이었다. 계산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도 가덕도 신공항의 차량 배출량과 차이가 크다. 게다가 인천공항의 배출량엔 이것 말고도 공항 전기(17만6905t)와 입주사 전기(13만8979t), 활주로상의 이동 등 조업사 차량(3만1503t), 공항 중온수와 폐기물 소각(각각 2만9068t, 1만9775t) 등에서 전체 배출량의 29%가량이 나온다. 모두 항공기, 승객 차량과 무관하다. 한데 가덕도 신공항의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엔 이런 부분이 아예 빠져 있다.
제주2공항이나 새만금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제주2공항은 2055년 여객 1992만 명, 운항횟수 12만5천 회가 목표다. 역시 2019년 여객 수를 기준으로 하면 인천-제주-김포에 이은 4위다. 한데 제주2공항의 전략환경평가서상 온실가스 배출량은 항공기 운항 34만65t, 용수사용 379t으로 계산됐다. 차량 이동이나 다른 배출량은 언급조차 없다.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 2058년 여객 수 100만138명이 목표인데, 이 정도면 2019년 여객 수로 인천-제주-김포-김해-대구-청주-광주 다음인, 중위권 규모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항공기 운항 2만2788t, 용수 사용 62.3t, 차량 75.5t으로 예상했다. 역시 필요한 계산 항목들이 빠졌다.
이 세 공항의 계산된 온실가스양을 모두 합하면 연간 93만t에 이른다. 일부 과소 계산되고 빠진 항목을 고려하면 100만t은 손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1.93t이니 대략 국민 8만4천 명분의 배출량이다. 전략환경평가는 사업 주체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계획하게 하는데 온실가스의 경우 모든 공항이 비슷한 대안을 내놨다. 차세대항공기를 도입하고, 엘이디(LED)로 된 등화시설을 설치하고, 친환경 지상 조업 장비를 쓰겠다는 것. 아울러 친환경 가로등을 설치하고 탄소흡수원으로 부지 내에 나무를 심어 배출량을 저감하도록 애쓰겠다는, 대부분 막연하고 구체성이 결여된 계획들이다.
전기화가 한창 진행 중인 차량과 달리 항공기는 배터리 무게 등으로 소형기에 대해서만 일부 전기화가 이뤄질 뿐 장거리를 이동하는 대형 항공기는 현재로선 사실상 배출량 저감 대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항공산업은 현재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가량을 차지하는데, 2035년이 되면 운송 부문에서 배출량이 제일 많은 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유럽 등에선 항공기 수요 자체를 줄이는 식의 조처가 나온다. 2021년 2월 영국 항소법원은 런던 히스로공항의 제3활주로 건설 계획이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위반하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히스로공항과 유럽 내 이용객 선두를 다투는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국제공항도 같은 이유로 4터미널 신축 계획을 백지화했다. 프랑스는 2023년 5월부터 2시간30분 안에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새만금 신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 변호인단에 참여하는 박지혜 플랜1.5 변호사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항공 부문 배출량 저감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항공 수요 자체를 관리하려는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기차 등의 대안이 존재하는 단거리 노선은 아예 운항을 금지하고 기존 공항 축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새만금 신공항과 같이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주목받는 갯벌을 공항으로 바꾸는 사업은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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