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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 잠긴다’는 기후 묵시록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3-07 14:48 수정 2022-03-15 17:26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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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적나라한 기후위기 묵시록이 당도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가운데 ‘기후변화의 영향·적응·취약성’에 관한 보고서를 2022년 2월28일 승인했다. IPCC는 1990년부터 5~7년 간격으로 평가보고서를 낸다. 3개 부문(기후변화의 과학적 기초, 영향·적응·취약성, 완화)으로 나눠 공개한다. 기후위기에 관한 가장 최신의, 포괄적인 정보를 담는다. 지구에 대한 인류의 시야는 매번 충격적으로 교정된다. 보고서는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의 근거 자료가 되고, 세계 기후 대응의 방향을 결정한다.

5차 보고서가 나온 2014년에 견줘, 6차 보고서가 적은 기후변화의 영향은 한층 구체적이다. 현실을, 좀더 현실적으로 파악할 환경 변화와 자료가 쌓인 덕이다. 더는 그저 막연히 폭우·폭염·홍수·가뭄·물부족을 우려하지 않는다. 구체적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 때 3억5천만 명이, 2도 상승할 때 4억1천만 명의 도시 인구가 물부족에 내몰린다. 이미 세계 절반 이상의 인구(40억 명)는 물부족을 겪는다. 빙하가 녹는 속도는 1950~2000년 사이 1.5~2배 빨라졌다. 해수면은 이번 세기 안에 2m까지 높아질 수 있다. IPCC는 2021년 8월 앞서 승인한 보고서(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에서 1880년에 견줘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시기를 2021~2040년으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보다 10년쯤 앞당겼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겨레>가 보고서가 인용한 연구, IPCC 지역별 팩트시트를 확인한 결과, 부산의 경우 해수면 상승에 따른 연간 피해액이 2070년 약 30억달러(약 3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은 9억6200만달러(약 1조1600억원)에 이른다. 2030~2050년 어류 생산량은 2010~2030년보다 49% 감소한다. 온열 사망자는 2050년까지 4%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

뜨거워지고, 물부족을 겪고, 물에 잠기고. 지독한 환경 변화만큼 IPCC가 우려하는 건 결국 그 안의 사람, 우리가 만든 공동체다. 물리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소득수준에 따라 불평등한 재난, 그럴수록 위태로워지는 공동체를 염려했다. 이미 그렇다. 2010~2020년 홍수·가뭄·폭풍으로 인한 사망률은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한 지역’이 ‘매우 낮게 취약한 지역’보다 15배 높았다. 그러니까, ‘아포칼립스를 눈앞에 둔 혼란은 예언이 아닌 이미 닥친 현실’이라 이른다 해도 영 무리는 아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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