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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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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드] 내 쓰레기의 무덤이 갈라졌다

30년 쓰레기 묻은 수도권 매립지
종료냐 재연장이냐 갈등하는 사람들
등록 2021-08-07 23:04 수정 2021-08-08 11:46
2021년 7월14일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 제2매립장에서 바라본 제3-1매립장.

2021년 7월14일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 제2매립장에서 바라본 제3-1매립장.

푸른 언덕을 오르는 시멘트길은 갈라져 있었다. 중앙선을 그리듯 길고 깊게 파였다. 균열보다는 지각변동이란 말이 더 어울렸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홍보부 김종현 주임은 “땅속 쓰레기가 썩으면서 지반이 내려앉아 갈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7월14일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 제2매립장에 올라갔다. 2000년 10월~2018년 10월 서울, 인천, 경기도에서 배출한 온갖 쓰레기가 묻힌 곳이다. 땅 262만㎡(79만여 평)에 쓰레기 8018만t이 쌓였다고 한다. 잡초 무성한 언덕을 거닐며 땅속 깊은 곳에 잠든 쓰레기를 생각했다. 서울살이 21년차, 그동안 습관처럼 버린 무수한 쓰레기가 그 안에 있을 것이다. 붉게 물든 컵라면 용기, 손쉽게 뽑아 쓴 물티슈, 종량제봉투에 욱여넣은 온갖 잡동사니.

수도권 매립지 제2매립장에 박혀 있는 매립 가스 포집 장치.

수도권 매립지 제2매립장에 박혀 있는 매립 가스 포집 장치.

숨 쉬고 배설하는 쓰레기

쓰레기 언덕에 올라 제3-1매립장을 내려다봤다. 2021년 7월29일 현재 수도권 쓰레기는 이곳에 매립 중이다. 허허벌판엔 트럭(쓰레기 운반차량)들이 분주히 오갔다. 어제 내가 버린 쓰레기도 여기 묻힐 것이다. 앞서 1992년 2월~2000년 10월 제1매립장(매립 면적 251만㎡)부터 수도권 쓰레기를 들였다. 현재 매립을 종료하고 골프장과 야생화 단지로 변신했다. 그 뒤 2018년 10월까지 쓰레기를 매립한 제2매립장은 아직 그 쓰임새를 정하지 못했다. 제3-1매립장은(매립 면적 83만㎡)은 매립률 41.1%를 넘겼다.(2021년 6월30일 기준) 매립용량 1819만t 중 748만t가량이 찼다. 제3매립장 나머지 부지와 제4매립장이 남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간 입장 차이로 그곳까지 매립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제3-1매립장이 다 차고 나면 내가 버리는 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할까.

도시가 팽창하면 쓰레기 매립지는 점점 외곽으로 밀려난다. 서울 쓰레기 매립지 입지가 딱 그렇다. 1960년대 초반 서울은 이렇다 할 쓰레기 처분장이 없었다. 1964~77년엔 전용 매립지 10곳에 쓰레기를 묻었다. 인구는 급증하고 각 매립지도 가득 찼다. 1960~70년대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쓰레기를 몰아놓을 곳이 필요했다. 서울 외곽, 교통도 나쁘지 않은 난지도(현 상암동 일대)를 매립지로 정했다. 1978년 3월~1993년 3월 서울시 쓰레기를 거기 그냥 놓았다. 이른바 ‘비위생 단순매립’이었다. 땅 272만㎡(82만여 평)에 쓰레기 9197만2천㎥를 쌓았다. 먼지, 악취, 파리가 많아 ‘삼다도’라 불렀다. 난지도도 한계가 왔다. 쓰레기로 가득 찼고 오염이 심했다. 정부가 나서 서울, 인천, 경기 쓰레기를 매립할 대형 매립장 부지를 물색했다. 수도권 내륙에선 찾지 못했다. 결국 인천 서구와 경기 김포 일대 해안을 매립해 수도권 매립지를 조성했다.

쓰레기도 숨 쉬고 배설한다. 매립장마다 원통 갈색 고철이 수백 개 꽂혀 있다. 포탄이 수직으로 박힌 것 같은 모습이다. 쓰레기가 썩을 때 배출하는 매립 가스를 포집하는 장치(수직 포집정)다. 제2매립장에만 포집정 699개가 솟아 있다. 1, 2, 3-1 매립장에서 1년간 나오는 매립 가스는 총 1억9647만여㎥에 이른다.(2020년 기준) 구성 성분은 메탄 52%, 이산화탄소 37%, 질소 10%, 산소 1% 순이다.(2021년 1~6월 제3-1매립장 기준) 매립장에서 포집한 매립 가스는 발전시설로 보내 전력 생산에 쓴다. 쓰레기도 썩으면 물이 나온다. 하루 평균 총 3100㎥(2020년 기준·1, 2, 3-1 매립장 포함) 침출수가 발생한다. 침출수는 생물학적·화학적 방법을 써서 정화한다. 정화수를 발전용 냉각용수, 조경·청소용수 등으로 쓰고 나머진 방류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침출수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내부에서 순환·재이용하는 설비(침출수 무방류 시스템)를 2023년 말 완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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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층으로 쌓는 250만811t

제3-1매립장은 한창 매립 작업 중이다. 빨간 트럭(운반차량)은 건설폐기물을, 초록 트럭은 나머지 폐기물(생활폐기물 등)을 실어나른다. 하루 평균 820대가 드나든다.(2020년 기준) 수도권 총 64개 기초지자체(서울 25개 자치구, 인천 8개 자치구와 강화군, 경기도 30개 시·군)가 여기에 쓰레기를 들일 수 있다.(반입 허용 지역 기준·인천 옹진군, 경기 연천군 제외) 지정폐기물만 빼고 다 온다. 지정폐기물은 폐유, 폐산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사업장폐기물이나 의료폐기물처럼 인체에 해로운 폐기물이다.

2020년 한 해 수도권 매립지에 들어온 쓰레기는 총 299만5119t이다. 종류별로 보면 건설폐기물이 127만6956t(42.63%)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생활폐기물 76만830t(25.40%),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 56만5767t(18.89%·공공폐수처리시설이나 분뇨처리시설 등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음폐수 36만3514t(12.14%), 사업장 비배출시설계 폐기물 2만8052t(0.94%) 순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시 쓰레기가 119만4824t(38.9%)으로 가장 많다. 경기(115만712t·38.4%), 인천(64만9582t·21.7%)이 뒤를 잇는다. 반입한 쓰레기를 모두 매립하는 건 아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2020년 반입한 전체 폐기물 299만5119t 중 250만811t을 매립했다. 나머진 자원화 시설 등에서 재활용했다.

매립장은 8층 언덕으로 쌓는다. 1층과 2층은 16개 블록(블록당 240×220m)으로 나눴다. 8개 블록은 건설폐기물을, 나머지 8개 블록은 나머지 폐기물을 매립한다. 3층부터는 블록 수와 넓이가 점점 줄어든다. 매일 매립한 쓰레기는 두께 20㎝가량 흙으로 덮는다.(일일 복토) 악취를 줄일 목적이다. 블록 하나가 다 채워지면 상부에 두께 50㎝가량 흙을 덮는다.(중간 복토) 그렇게 높이 5m씩 한 개층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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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1년치 반입량 초과한 7개 시·군·구

제3-1매립장을 조성할 때 포화 시점을 2025년 8월로 추산했다. 다만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쓰레기 감축 정책에 따라 포화 시점이 2027~2028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반입 쓰레기양과 정책 효율에 따라 유동적이다. 수도권 매립지는 2020년 1월부터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를 시행했다. 지자체들이 2018년 연간 생활폐기물 반입량 대비 90%만 반입해야 하는 제도다. 위반시 반입수수료(t당 7만56원) 100%를 가산금으로 물리고 5일간 폐기물 반입을 금지했다. 시행 첫해 수도권 지자체 58곳 중 43곳(서울 20곳, 경기 14곳, 인천 9곳)이 위반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반입수수료 가산금을 2021년 3월31일까지 모두 징수했고, 6월25일까지 반입 정지 조치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2021년엔 기준을 강화했다. 반입 총량은 2018년 기준 85%로 줄이고 반입수수료 가산금은 최대 150%, 반입 금지 기간은 최대 10일로 늘렸다. 하지만 집계 결과 상반기(2021년 6월30일 기준)에 이미 1년치 반입 총량을 초과·위반한 지자체가 서울 구로구, 경기 화성시, 인천 강화군 등 7곳에 달했다.

2022년 1월1일부터는 대형 건설폐기물 직반입을 금지한다. 공사장에서 나오는 5t 이상 대형 건설폐기물은 중간처리시설 등에서 재활용이 가능하거나 태울 수 있는 자재를 솎아낸 뒤 그 잔재물만 받겠다는 뜻이다. 2026년 1월1일부터는 법령에 따라 종량제 생활쓰레기 직매립도 금지한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종량제봉투에 든 쓰레기를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한 뒤 잔재물만 매립해야 한다.

매립은 끝이 정해져 있다. 영원한 매립은 없다. 특히 수도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매립용량 포화 시점 때문만은 아니다. 수도권 매립지엔 제3-1매립장 외 잔여부지(매립용량 6538만t·제3매립장 잔여부지와 제4매립장)도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2020년 11월 자체 폐기물 매립시설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 안에 수도권 매립지 문을 닫겠다”고 했다. 넉 달 뒤 인천시는 영흥도를 자체 매립지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논란의 역사는 2015년 6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환경부 장관,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는 수도권 매립지 정책 최종 합의문을 발표했다. ‘잔여 매립부지(제3, 4매립장) 중 제3-1매립장만 사용한다’고 했다. 다만 논란의 불씨로 이어질 단서 하나를 달았다. ‘대체 매립지 조성이 불가능해 확보하지 못할 경우엔 (제3-1매립장 외) 잔여부지 최대 15%(106만㎡)까지 추가 사용한다.’ 수도권 매립지 조성 당시 사용기한은 2016년 말이었다. 마감 시기가 임박해 연장 사용을 합의했다. 그동안 경제·환경 피해를 감수해온 인천시 지원사항도 합의문에 넣었다.

매립량 최소화엔 한마음

서울시와 경기도는 다른 방법이 없으면 수도권 매립지 사용을 재연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권혁종 자원순환과장은 “2025년 이후 반입 중단은 합의 위반”이라며 “대체 매립지 공모에 신청하는 지자체가 끝내 나오지 않으면 합의문 단서 조항에 따라 수도권 매립지를 추가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수도권 매립지 매립종료 추진단’ 김은진 팀장은 “그동안 매립지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는지, 대체 매립지 조성이 과연 불가능했는지 같은 단서 조항 앞에 있는 전제조건도 봐야 한다”며 “인천시는 정부의 매립 최소화 정책 방향에 맞춰 2025년 이후 수도권 매립지 쓰레기 반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는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각 지자체가 배출한 쓰레기는 자체 처리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정미선 자원순환과장은 “수도권 매립지는 3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지를 조성해 공동 사용해온 곳”이라며 “폐기물관리법을 보더라도 지자체들은 폐기물을 광역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 광역 처리 시설을 공동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첨예한 입장 차이에도 공통분모가 없진 않다. 앞으로 ‘쓰레기 매립량 최소화’에는 뜻을 같이했다. 현재 서울, 경기, 인천은 쓰레기 매립량을 줄일 목적으로 소각장 또는 재활용 선별장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선정위에서 소각장 후보지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는 소각장 4곳 신설, 5곳 증설, 재활용 선별시설 6곳 신설, 6곳 증설 계획을 세웠다. 인천시는 소각장 2곳을 신설하고 2곳을 개선(현대화)할 예정이다. 환경부 홍경진 폐자원에너지 과장은 “(2015년 합의 내용에 대해선) 환경부와 지자체 세 곳이 협의를 통해 풀어갈 문제”라며 “향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수도권 2026년 시행 예정)과 함께 건설폐기물도 재활용, 소각 등을 거쳐 매립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용감한 지자체는 나오지 않았다

매립지는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매립시설 잔여 용량은 40.17%(전국 공공·민간 매립시설 302곳 총 매립용량 6억9713만여㎥ 대비 잔여 용량 2억8001만여㎥·2019년 기준) 수준이다. 최근 논란 중인 수도권 매립지 제3-1매립장(잔여 용량 약 59%)보다 비율상 적게 남았다. 쓰레기를 버리긴 쉬워도 매립지 구하긴 어렵다.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21년 1월14일~7월9일 두 차례 대체 매립지를 공모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 용감하게 손드는 지자체는 나오지 않았다.

한여름 제2매립장 언덕에 노란 금계국이 도드라지게 빛났다. 갈라진 길 따라 출구로 향했다. ‘(서울에 사는) 내 쓰레기를 여기에 얼마나 더 묻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되물을 것이다. ‘너희 쓰레기를 여기다 언제까지 묻을 수 있을 것 같아?’ 2021년, 땅은 좁고 시간은 없다.

인천=글 김선식 기자 kss@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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