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4륜 구동차 안 손잡이를 꼭 부여잡고 있다.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가는 차는 격렬하게 요동친다. 차 앞으로 해안선이 보이자 누군가가 운전자에게 묻는다. “저쪽 앞에 보이는 화이트 비치가 우리가 가는 곳인가요?” 운전자가 농담으로 받아넘긴다. “네, 화이트 비치가 아니라 플라스틱 비치긴 하죠.”
일명 ‘플라스틱 비치’로 불리는 ‘카밀로 비치’는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장소 중 하나다. 여기는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모래사장, 역동적인 대자연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서남부. 카밀로는 하와이어로 ‘뒤틀림’이라는 뜻이다. 옛날부터 바다의 뒤틀림에 몸을 맡긴 나무토막들이 이곳에 흘러들어 왔다. 지금은 태평양에 떠다니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 흐름이 이곳으로 연결된다.
2018년 처음 해안 쓰레기를 청소하는 데 동참했다. 해안에 도착하자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 수많은 표류물이 눈에 들어왔다. 어망과 양식 등에 사용되는 도구가 눈에 띄었다. 하와이에서는 해양자원 보호를 위해 어망 사용이 엄격히 규제되니 다른 곳에서 흘러온 것이다. 일본 회사 이름이 적힌 플라스틱 바구니도 있다. 옛날에는 세제통이고 칫솔이었을 것이 원형을 알아보지 못하게 섞여 플라스틱 비치를 가득 메웠다.
자원봉사자들은 큰 쓰레기를 담는 데 집중했다. 작은 플라스틱은 회수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강렬한 햇빛 속에 4시간 정도 작업했을까, “오늘은 그만합시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트럭 두 대가 쓰레기로 가득 찼다. 손을 멈추고 해안을 살펴보니 처음 왔을 때와 풍경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차를 움직여 쓰레기를 집적장에 내렸다. 아마 이 쓰레기는 매립장으로 갈 것이다. 우리가 한 일은 쓰레기를 단지 해안에서 집적장으로 이동시켰을 뿐인 것 같다. 실제로 하와이주는 오아후(주도인 호놀룰루가 있는 섬) 외에는 소각 시설이 없어 쓰레기 대부분이 그대로 매립지로 간다.
오랫동안 하와이의 자연과 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카밀로 비치에 대해서 들은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있고 나서다. 나는 일본 동북쪽 미야기현 센다이시 출신이다. 센다이시는 진도 9.0의 동일본 대지진의 진원지가 되는 곳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강한 진동으로 많은 건물과 도로가 파괴됐고, 원자력발전소는 멜트다운(원자로 노심부가 녹음)을 일으켜 체르노빌 이래 대참사를 일으켰다. 지진이 발단이 되어 일어난 쓰나미는 동북지방 해안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송두리째 바다로 쓸어넣었다. 그 바다로 빨려 들어간 것들이 하와이 카밀로 비치로 밀려왔다. 하와이 사람들이 이렇게 밀려온 잔해를 주워서 ‘위령’했다고 한다. 내 고향 옆 이시노마키 고깃배의 이름이 새겨진 조각이 하와이에 흘러들어와 수소문 끝에 일본의 가족에게 돌려보낸 실화는 그림책으로 그려져 양국에서 출간됐다.
해변을 청소하는 것으로라도 하와이 사람들의 땅에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하와이에서 공부하기 위해 도착한 뒤 카밀로 비치를 청소할 기회를 찾아 여러 군데를 수소문했다. 결국 대학의 소식란에서 ‘하와이 야생기금’(Hawaii Wildlife Fund)이 주최하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하와이 야생기금은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조성된 기금으로 하와이(빅아일랜드), 마우이섬에서 해양쓰레기를 줍고 있다. 회수한 쓰레기 중 어망 등 재사용 가능한 것은 오아후섬으로 보낸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본의 아니게 흘러간 것과 그날 카밀로 비치에서 우리가 주워 모은 쓰레기는 다를 게 없다. 그러니까 쓰레기는 우리 생활에서 쓰이던 것, 우리의 삶 그 자체다. 2021년 지구의 날 대학 행사에서 ‘알로하 아이나’(Aloha āina)를 알리는 코너가 있었다. ‘아이나’는 하와이어로 땅을 뜻하고, ‘알로하’는 받은 것에 대해서 행동을 일으키며 답례하는 것을 말한다. ‘알로하 아이나’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살려내는 어머니에게 답례한다는 뜻이다.
이후 몇 차례 체험 활동으로 카밀로 비치를 청소했지만 멀고 험해서 방문이 쉬운 장소는 아니다. 소망이 있다면 일본의 지진 피해 지역 사람들과 함께 카밀로 비치를 청소하는 것이다. 피해 지역에는 아직도 찾지 못한 2500명 이상의 실종자가 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색 활동을 하고 있다. 물건 잔해와 그것을 사용하던 사람들의 영혼 또한 떠내려온 것이 아닐까. 해변 청소로 희생자의 위령과 남겨진 가족의 슬픔을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힐로=글·사진 유무라 교코 일본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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