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전, 당시 최아무개 <한겨레21> 편집장은 무슨 장부를 기록하듯이 툭하면 ‘숫자’를 헤아리곤 했다. “이번호가 편집장으로 만든 66번째 잡지야”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67번째, 68번째 잡지를 만들더니 결국 100번까지 채우고는 편집장 직책을 내려놓았다. 그때만 해도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편집장이라서 그렇군 하며 코웃음 쳤는데, 나 역시 똑같이 그 ‘숫자’를 꼽아보고야 말았다. 이번호가 2022년 송년호이니, 편집장으로서 한 해를 되새김하는 차원.
아직 2022년이 다 가지 않았고, 앞으로 두 번의 잡지를 더 만들어야 하지만 잡지 표지에 찍히는 발행일 기준으로는 이번이 ‘송년호’다. 이번호까지 2022년 모두 48권의 잡지를 만들었다. 편집장을 맡고 난 뒤로는 62번째 잡지다. 여기서 잠시, 새로 단장한 <한겨레21> 누리집 ‘지난호 보기’가 어찌나 시원시원하고 보기 편하게 바뀌었는지 62라는 숫자를 꼽아보는 데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맞다. 깨알 홍보다. 새 누리집(http://h21.hani.co.kr)에서 ‘2022년 올해의 표지’ 투표도 진행 중이다. 작은 선물도 준비했다. 12월21일까지 진행되니 아직 참여하지 않은 독자 여러분의 ‘한 표’와 ‘추천평’을 기다린다.
숫자를 세어보는 김에, 기자로 쓴 표지이야기도 꼽아봤다. 30여 개. 더 열심히 쓸 걸. 아쉬움이 남는 숫자다. 표지는 <한겨레21>의 얼굴이다. 지난 29년 동안 1440개 넘는 표지를 얼굴로 내세워 독자를 만나왔다. 대부분은 기자들이 쓴 표지였지만 간혹 외부 원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여름, ‘제1회 표지이야기 공모제’를 시작한 것은 독자와 좀더 교감하는 잡지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제1회 표지이야기 공모제’ 당선작을 계절이 두 번 바뀌고 나서야 표지이야기로 선보인다.
대학생 정혜빈씨가 넉 달간 구둘래 기자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고도 집요하게 취재한 결과물이다. 정신질환을 가진 대학생들이 수업이나 과제 제출 등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당사자인 대학생 8명을 어렵게 만나 이야기 듣고 4년제 대학 학생지원센터 110곳에 ‘정신질환 대학생이 학습지원을 받은 사례가 있는가’를 물어 답변을 받았다. 학습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지만, 대학이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아픈 대학생들은 그저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소수자의 권리에 주목하는 동시에 최근 정신질환을 가진 청년이 늘어나는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표지이야기다.
얼마 전부터 또 다른 ‘숫자’도 하나하나 꼽아보곤 한다. 이번에는 6번째, 7번째, 8번째다. 유가족들을 만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연재물 ‘미안해, 기억할게’ 이야기다. 6번째 이현서군과 7번째 김동규군은 마이스터고 2학년 같은 반 친구다. 착하고, 듬직하고, 엄마 아빠를 정말 사랑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몇 번을 울었다. 이현서군 아버님은 <한겨레21> 독자폰에 인터뷰하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먼저 남겨주셨고, 직접 한겨레신문사까지 발걸음해주셨다. 아들을 잃은 조카딸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독자폰으로 전화를 걸어주신 김동규군 이모할머님과는 한참을 통화했다. 우리가 이현서, 김동규, 서형주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음을 기록한다. 어느덧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가 다가온다. 12월16일 열리는 사십구재의 이름은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다. <한겨레21>은 계속 기억하고, 기록하겠다.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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