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필요에 따라 써야 했던 ‘르포’를 제외하면, 제 개인의 체험을 기사로 썼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칼럼을 쓸 때도 개인적 이야기는 자제해왔고 소셜미디어(SNS)도 ‘눈팅’용으로 씁니다. 그런데 살고 있는 아파트 얘기를 기사로 쓴다니,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겨레21>이 한가위 특대호(제1429호)의 표지이야기로 다룬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의 아파트 단지 ‘위스테이별내’는 저와 제 가족의 집이자, 이웃들이 터 잡고 사는 동네입니다.
<21>이 위스테이 얘기를 표지로 다루게 된 건 이 아파트의 독특한 면 때문입니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살거나 내(가 소유한) 집에서 사는 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주거 형태인데, 위스테이는 ‘우리가 함께 소유한’ 집이거든요.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 협동조합이 아파트를 소유하는 간접 소유 방식이라, 집값이 오른다고 기뻐할 일은 없지만 조합원 입장에선 사실상 자기 소유의 집처럼 계속 거주가 가능합니다. 자산으로서 부동산을 거두고, 사는 곳으로서 정주성을 키운 모델이랄까요.
일정 기간의 정주를 보장하는 공공임대주택도 같은 효과가 있지만, 위스테이는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체 활동을 해나가며 돌봄 등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이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요소도 정주성입니다. ‘앞으로도 죽 같이 살아갈 이웃’이란 생각이 주는 효과 같은 것이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지은 사회주택이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하지만, 국내 사회주택 가운데 아파트 규모로 만들어진 사례는 위스테이가 유일합니다.
위스테이 주민의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입주 1년이 지난 시점인 2021년 7월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비롯해 안전 체감도, 공유 및 나눔인식, 공동체 소속감, 기타 심리적 여유 등의 항목에서 60% 이상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답했습니다. 교육사회학 전공자들이 위스테이 아이들을 상대로 사회성 발달 과정을 장기 관찰하는 연구를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만 3살이 되지 않은 제 아이도 10여 명에 이르는 동네 친구 이름을 자랑 삼아 읊곤 합니다. 외부 평가도 나쁘지 않습니다.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은 2021년 국무조정실의 생활SOC 최우수상, 2022년 기획재정부가 협동조합 기본법 10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베스트 협동조합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사에 빠트린 게 있습니다. 위스테이가 추구하는 건 ‘느슨하고 즐거운 공동체 아파트’입니다. 즐거움 못지않게 ‘느슨함’에도 방점이 찍혔습니다. 흔히 떠올리듯 서로를 귀찮게 하거나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는 문제는 아직 없었습니다. 제 경우만 보면 주말에도 좀 바빠진 감이 있지만, 491가구에 이르는 주민 가운데 공동체 일로 별도의 시간을 내야 하는 조합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공동체 주택의 실험은 지금까진 무탈하게 진행 중입니다.
기본적 생활 수단인 집을 두고 온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는 건 정말이지 이해하기 힘든 일 같습니다.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집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삼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집을 단순히 재화로만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바꾸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스테이 주민들도 그날까지 즐겁게,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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