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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에 잊힌 사람이 있다… ‘언론탄압 지부장’ 류희림

등록 2024-07-26 23:16 수정 2024-07-28 19:47
2024년 7월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맨 오른쪽), 김재철 전 문화방송(MBC) 사장(오른쪽에서 둘째) 등 증인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7월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맨 오른쪽), 김재철 전 문화방송(MBC) 사장(오른쪽에서 둘째) 등 증인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7월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을 찾았다. 제22대 총선 전후로 활동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활동을 다룬 ‘언론 공격의 최전선, 선방위’ 보도가 민언련이 수상하는 이달의 좋은보도상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서혜경 민언련 활동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문득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방심위) 얘기가 나왔다. “류희림 위원장 연임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서 활동가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설마 그렇게 되겠어요?” 이날은 류 위원장이 임기를 마친 다음날이었다.

안일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7월23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류 위원장이 다시 방심위원장으로 기습 선출됐다는 소식이 실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추천 몫으로 류 위원장과 강경필 변호사, 김정수 국민대 교수를 방심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렇게 새로 위촉된 3명과 임기가 남은 김우석·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 5명은 비공개회의를 열어 류 위원장을 다시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9명으로 구성되는 방심위원 중 국회의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추천 몫의 위원은 아직 위촉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류 위원장은 7월2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마치 112 범죄 신고와 119 화재 신고처럼 방심위 민원 심의를 잠시라도 멈출 수 없어서 시급하게 위원장을 호선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기간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청부 민원’으로 논란을 빚은 당사자다. 6기 방심위에선 어떤 방법으로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과 보도를 공격하고 탄압할까.

지금껏 가장 노골적인 탄압은 선방위에서 이뤄졌다. 류 위원장의 스승인 백선기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가 선방위 위원장을 맡아 역대 최다 법정제재를 남발했다. 법정제재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특정 방송사에 몰렸다. 이런 탄압은 물론 류 위원장 덕에 가능했다. 선방위는 방심위 위원장이 부의하는 안건을 심의하도록 돼 있지만, 방심위는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전부 선방위로 넘겼다. 선방위가 선거와 관련 없는 사안까지 심의하고 제재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류 위원장이 다시 방심위원장을 맡은 이유는 명확하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및 탄압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검찰과 방송통신위원회, 방심위 등을 통해 언론을 공격하고 장악했으며 탄압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방심위를 활용한 ‘언론탄압 지부’의 지부장 정도 되겠다. 전국언론노조는 7월24일 ‘최악의 방심위원장 류희림의 연임, 몸통은 윤석열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윤석열 정권의 반헌법적 언론장악이 더 폭력적으로 치닫게 될 것임이 선명하다”고 비판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21토크ㅡ<한겨레21> 표지 기사의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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