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5호 ‘쓰레기 TMI’ 마감날인 7월29일, <한겨레21> 독자들이 모여 있는 오픈대화방에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7월27일) 언론중재법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 통과를 두고 언론노조, 기자협회, PD협회까지 위헌적이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뭔가요? (중략) <한겨레21>이 좀더 깊이, 다양한 입장을 담아 분석해주시면 어떨까요?”
독자의 요청으로 이번 호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허위·조작 보도(가짜뉴스)에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할 수 있도록 해, 언론 보도 등에 따른 피해의 구제 실효성을 높인다는 게 핵심 내용이더군요.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과 △열람차단청구권(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결정을 받기 전에 미리 차단 조처를 하는 제도) 신설 등의 내용도 담겼습니다. 시민사회와 학계, 언론단체의 반대가 이어지자, 8월19일 상임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할 때는 △고위 공직자와 기업 임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제외하고 △입증 책임을 원고(피해자)로 명확히 규정하는 등 보완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언론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자의적 해석과 오남용이 가능한 문제적 골격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설계부터 다시 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비판적인 언론을 질식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8월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입니다.
언론학자이자 법학자인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위헌성 심사를 무사히 통과하려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면서도, “성실한 언론의 취재보도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강한 보호 법리를 고려할 때 언론계 반응은 ‘엄살’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의도적인 조작 정보나 악의적인 허위 보도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될 수 없다”며, “언론계가 더 정확하고 알찬 뉴스 정보를 생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기자로서 경험한 현실을 돌이켜보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돼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1년 넘게 법정 싸움도 해봤습니다. 피해자는 2011년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2015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었습니다. 저는 사실을 보도했는데 피해자가 비방을 목적으로 한 허위 보도라고 주장하면,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기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사실과 허위를 판별하는 지난한 싸움을 2년 가까이 거쳐 허위 보도가 아니라는 결론이 둘 다 났습니다. “성실한 언론의 취재보도에 대한 우리나라 (검찰과) 법원의 강한 보호 법리” 덕분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후 “더 정확하고 알찬 뉴스 정보를 생산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비판적 보도를 하는 데 망설이는 기자가 되지 않았나 반성합니다. 머리와 달리 가슴은 그 지난한 싸움을 자꾸 복기하면서, 그런 기회를 자꾸만 회피하고 싶어졌고 그 결과 비판의 칼날이 무뎌지지 않았나 되돌아봅니다. 언론중재법이 개정되면 더 자주, 더 오래 지난한 싸움을 겪어내야 할 것입니다. 그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법, 그것을 터득해야 할 때입니다. 큰 과제를 떠안았습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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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안, 뭐가 문제길래?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795.html
빌미를 제공한 건 언론이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7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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