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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원팀의 균열

등록 2021-04-16 17:27 수정 2021-04-17 01:22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후폭풍에 휩싸였습니다. ‘1년 만에 돌아선 마음, 1년 만에 돌아설까’(제1358호)를 비롯해 많은 언론에서 분석하고 평가한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민주당에선 참패 원인 진단과 쇄신 방향 등에 대해 갑론을박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민주당 내에선 이견이 나오지 않는 ‘원팀’ 기조가 면면히 흘러왔습니다. 이전 대통령들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문재인 정부에서 치른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2020년 국회의원선거의 큰 승리는 역설적으로 민주당 내에서 주류인 ‘친문’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힘든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번 4·7 재보선의 참패는 ‘원팀’ 기조에 균열을 냈습니다. 민주당이 압승했던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을 크게 지지했던 ‘20~30대’와 ‘중도층’이 이번에는 대거 오세훈 서울시장 지지로 이탈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탈의 주요 원인과 관련해 그동안 민주당에선 ‘금기’와도 같았던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한 반성이 나왔습니다. 30대 초선 의원 5명(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이 선거 이틀 뒤인 4월9일 ‘조국 사태’와 관련해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게 신호탄이었습니다. 이들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에게서 수천 건의 전화와 문자 폭탄을 받는 ‘대가’를 치렀습니다.

조국 사태 평가는 원내대표 선거(4월16일)와 당대표 선거(5월2일 전당대회)전에도 옮겨붙었습니다. ‘윤호중(4선)-박완주(3선) 2파전’으로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전에서 윤호중 의원은 “지난해(2020년) 총선으로 충분히 평가를 받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면 박완주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해 논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당내 문화는 옳지 않다”며 금기 없는 평가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송영길(5선)-우원식(4선)-홍영표(4선) 3파전’ 구도인 당대표 선거전에서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지나간 일 아니냐. 그걸 가지고 논쟁을 벌일 문제가 아니다”(송영길 의원), “여러 반성이 나오는데 하나씩 잘라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우원식 의원), “이런 문제에 국민이 얼마나 민감하고 정의와 공정이라는 측면에서 분노한 것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홍영표 의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정성’ ‘내로남불’과 관련된 조국 사태는 이번 선거에서 2030 유권자가 민주당에서 등을 돌린 주요 원인이자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불러온 요소로 꼽히는 만큼 내년(2022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불거질 이슈로 보입니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민주당이 기존 노선이던 ‘개혁’에 계속 박차를 가하느냐, 아니면 오만·독선 비판에 대한 성찰로 ‘변화’를 꾀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짧게는 5·2 전당대회, 길게는 9월 대선 후보 선출 때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민주당이 어느 쪽을 택하든 진영논리나 확증편향에서 떠나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읽는 게 그 출발점입니다. 그래야만 (2020년 민주당이 압승한 총선에 견줘) 1년 만에 돌아선 민심을 (2022년 대선에서) 1년 만에 되돌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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