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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마지막 시간

등록 2021-03-13 20:02 수정 2021-03-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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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 임기 1년차 때 전국 만 18~59살 성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 여론조사를 했습니다(제1201호).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찍은 사람들(1053명)을 따로 뽑아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묻고 연령·계층별로 세부적 분석을 했습니다. 문재인 투표층만을 대상으로 이런 분석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이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기에, 문재인 투표층의 지지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81.8%가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62%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궁금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2022년 5월)를 1년여 앞둔 지금, 문재인 투표층의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겨레21>은 창간 27돌을 맞아 같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전국 만 18~59살 성인 남녀 2천 명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을 찍은 사람 1135명을 집계했습니다. 65.6%가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55.2%는 2022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2018년에 견줘 그 수치는 다소 낮아졌지만 ‘집권 4년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기 드문 지지층 결속입니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0대 남성(75.4%)이, 민주당 투표는 50대 남성(65.4%)이 가장 많았습니다. 결속의 밑바탕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정서가 깔렸다는 분석입니다.(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이탈층도 분명 있습니다. 문재인 투표층 가운데 33%가 2022년 대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뽑을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유보 의견입니다. 만 18~29살 여성(44.4%)과 30대 여성(42.4%)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이탈한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과 ‘고위직 인사’가 꼽힙니다. 두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가 각각 68.5%, 48.2%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촛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다른 정당으로 떠난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마음이 머문 곳은 국민의힘(4.9%), 정의당(1.9%), 국민의당(1.5%), 열린민주당(0.7%) 순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수치는 문재인 투표층 10명 중 1명(9%)꼴에 불과합니다. 흔들리지만 선뜻 정착할 정당을 찾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남은 1년이 중요합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든든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시간, 지난 4년간 이룬 성과와 한계를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미완의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1년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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